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해 출근길 약식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이 복권됐다.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이유로 들었다. 시민사회단체는 “특혜”, 경제계에서는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은 특사 명단에서 빠졌다.
법무부는 12일 오전 ‘8·15 광복절 특별사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 등 경제인을 비롯해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일반 형사범, 노사 관계자 등 1693명을 특별사면·복권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범국가적 경제위기 극복이 절실한 상황인 점을 고려해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 창출로 국가의 성장동력을 주도하는 주요 경제인들을 엄선해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집단적 갈등 상황을 극복하고 노사 통합을 통한 사회발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요 노사 관계자를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석방 뒤 최근 형 집행이 끝난 이재용 부회장은 복권, 집행유예 기간인 신동빈 회장은 사면·복권됐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에스티엑스(STX) 그룹 회장도 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노사 관계자’ 중에는 조상수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이 포함됐다. 모범수 649명은 가석방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복역 중인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포함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특별사면·감형·복권·감면조치 안건을 일괄 상정했다. 윤 대통령은 “사면 대상과 범위는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계 의견을 넓게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 위기 극복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면을 통해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로 어려운 서민들의 민생을 안정시키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비롯해 서민과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기회와 희망을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사를 단행한 윤 대통령과 이를 발표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016~17년 국정농단 사건 특검팀에서 수사팀장과 검사로 참여해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직접 수사해 기소와 유죄를 이끌어 낸 당사자들이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 1심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나온 이 부회장은 복권 소감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국가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사건 역시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기소가 이뤄졌다.
관심을 모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사면 명단에서 제외됐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20%대에 고착된 상황에서, 윤핵관 등이 강하게 요구해온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수용할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 전 대통령이 이미 형집행정지 상태인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장관은 브리핑에서 “이번 특사에서 정치인과 공직자들은 포함하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현안은 국민들의 민생경제라는 점을 깊이 고려했다”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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