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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재판 중에도, 원정도박에도…뭘해도 광복절 ‘재벌 회장님 사면’

등록 2022-08-12 18:17수정 2022-08-15 12:08

윤 대통령 “경제회복” 내세웠지만
총수들 이미 경영활동 제약 없어
되레 시장경제 질서·투명성 허물어
이재용 진행중 재판에도 영향 우려
총수들보다 낮은 형량 기업인 빠져
“재벌은 법 어겨도 사면 선례 남겨”
12일 정부가 발표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에스티엑스(STX)그룹 회장.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 이재용 부회장, 2018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신동빈 회장, 2015년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장세주 회장, 2014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강덕수 전 에스티엑스그룹 회장 모습. 김혜윤 기자, 김태형 기자, 공동취재사진 unique@hani.co.kr
12일 정부가 발표한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에스티엑스(STX)그룹 회장.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 이재용 부회장, 2018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신동빈 회장, 2015년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장세주 회장, 2014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강덕수 전 에스티엑스그룹 회장 모습. 김혜윤 기자, 김태형 기자, 공동취재사진 unique@hani.co.kr

12일 단행된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이들 중 핵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아울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에스티엑스(STX) 회장 등을 포함한 전·현직 재벌총수 4명이 가장 눈에 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회복’과 ‘민생’은 내세웠음에도, 도리어 자유시장 경제질서의 원칙과 투명성이 허물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이번 복권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한편, 회삿돈을 빼돌려 ‘원정도박’을 한 장세주 회장까지 사면돼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이번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회복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별사면은 투자·일자리 확대는 물론 경제회복과는 별 관련이 없다. 삼성과 롯데는 지난 5월 말, 5년간 각각 450조원(국내 360조원), 37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혔지만 하반기 들어 경기 둔화 우려가 불거지며 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말 기업설명회(IR)에서 “최근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단기 (반도체) 설비투자 계획도 탄력적으로 재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롯데 역시 롯데케미칼이 2분기 214억원 영업손실을 보는 등 그룹 계열사들의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해 투자계획 재검토를 고려하고 있다.

이번 사면 전에도 이재용 부회장이나 신동빈 회장은 경영활동에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취업제한 적용을 받는 상황에서도 미국과 네덜란드, 중동 지역으로 해외 출장을 세 차례 다녀왔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삼성 사업장 방문을 직접 챙기는 등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쳐왔다. 이번 복권 조처가 경영활동의 전제조건은 아닌 것이다. 게다가 한때 재계 13위까지 오른 강덕수 전 회장의 에스티엑스그룹은 지난 2014년 이미 해체됐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현재 구속 중인 상황도 아니어서 중요한 투자 의사 결정을 제약 없이 하는 재벌총수들을 사면함으로써 경제회복 효과는 미지수인 반면 경제 질서의 투명성은 분명히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경제 부양을 위해 사면한다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장세주 회장은 거액의 회삿돈으로 상습 원정도박까지 한 혐의로 실형을 살다 2018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재용 부회장을 수사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장 회장도 구속 수사했다. 가석방 이후 취업제한 적용을 받는 상황에서 장 회장은 대표이사 겸 미등기이사로 활동하며 지난해에는 연봉 47억원을 받는 등 줄곧 보수를 받아 논란까지 빚어왔다. 한 기업 관계자는 “도박으로 실형을 받은 회장도 사면을 받는데 그보다 낮은 형량을 받은 기업인들이 왜 빠졌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경제단체가 정부에 사면·복권을 요청한 재계인사는 약 100명이었다. 하준경 교수는 “재벌총수는 법을 어겨도 쉽게 사면된다는 또 하나의 선례를 남겼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특별복권은 향후 사법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이 부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지금도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이 과정에서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 회계조작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복권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음에도 윤 대통령은 ‘사법권 침해’ 우려를 무릅쓰고 이 부회장 복권을 결정한 것이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은 “윤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과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이재용 부회장만 찍어서 사면하지도 못하고 사면 폭을 더 넓히는 데도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재벌총수 4명을 포함해 전체 1693명을 사면·복권했지만 사실상 이 부회장을 위한 사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재벌총수들의 사면·복권에도 이날 관련 기업 주가는 큰 변화가 없었다. 삼성전자는 6만200원(종가 기준)으로 전날보다 300원(0.50%) 올랐고, 삼성물산은 12만4천원으로 변동이 없었다. 롯데지주는 3만8900원으로 250원(0.64%) 떨어졌고, 동국제강은 1만4200원으로 150원(1.07%) 올랐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16포인트(0.16%) 오른 2527.94에 장을 마쳤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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