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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세수 확충 없는 ‘건전재정’…임기 내내 허리띠만 졸라맬 판

등록 2023-08-30 05:00수정 2023-09-06 15:52

2024년 정부 예산안 발표
내년부터 3년간 세수전망액 126조원 급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재정 지출 증가율을 20년 만에 가장 적은 2.8%로 대폭 낮춰잡은 역대급 ‘짠물 예산’을 편성한 표면적인 이유는 ‘세수 고갈’이다. 올해 50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세수 펑크(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는 것) 여파가 내년 이후에도 이어지며 지출 재원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세수 확충 없는 건전 재정을 계속 전면에 내세우는 탓에 경제 성장에 역행하는 긴축 예산 편성이 현 정부 임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한 해 만에 3년치 세수 전망 126조원 줄어 정부가 29일 발표한 ‘2024년 예산안’을 보면, 기획재정부가 예상한 내년 국세수입은 367조4천억원이다. 기존 전망치에 견줘 51조4천억원(12.3%) 적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내놓은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세수가 올해 400조5천억원, 내년 418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올해 부진한 기업 실적 등이 내년 법인세 세수에 반영되는 등 전반적으로 세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는 지난해 출범 직후 코로나19 당시의 세수 호황이 지속되리라 보고 올해 예산과 임기 5년의 중기 재정 계획을 짰다.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180도로 달라진 것이다. 자산시장 둔화, 대기업 실적 악화 등에 더해 현 정부의 최소 89조원(올해∼2028년 누적, 나라살림연구소 추산) 규모 대규모 감세로 세수 기반이 심각하게 취약해진 탓이다. 실제 이날 정부가 공개한 2024∼2026년 3년치 누적 세수 전망 규모는 지난해 예상치 대비 126조원 줄어 있다. 경제 환경 변화와 이를 내다보지 못한 조세 정책 탓에 쓰려고 예상한 돈 126조원이 ‘증발’한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4일 언론 브리핑에서 “내년 지출 동결까지 검토했으나, 경제 상황과 재정 수요 등을 고려해 지출 증가율을 역대 최소인 2.8%로 정했다”고 말했다.

■ 건전 재정 구호도 빛바래 정부는 그간 강조했던 감세를 통한 경제 성장 및 세수 증가의 선순환과 건전 재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놓친 모양새가 됐다. 역대급 짠물 예산을 편성하고도 세수 악화로 정작 재정 적자는 더 불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 사정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 및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뺀 지표) 적자 규모는 올해와 내년 각각 58조2천억원, 92조원으로 정부는 추산(예산안 기준)한다. 특히 내년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 적자 비율 전망값(3.9%)은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있었던 2020∼2022년을 제외하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4.6%) 이후 역대 최악이다.

이는 정부가 건전 재정의 상징으로 삼으며 법제화를 추진 중인 ‘재정 준칙’의 재정 적자 기준(지디피의 3% 이내)도 스스로 어긴 꼴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세수 등 정부 수입 감소와 적자를 고려하면 올해와 내년 예산안은 전혀 건전 재정이 아니다”라며 “감세와 건전 재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없다는 상식이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세수 확충 없는 재정 기조를 끌고 가는 탓에 재정 지출이 현 정부 임기 내내 대폭 제약될 공산도 크다. 실제 정부도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총지출의 연평균 증가율 목표치를 3.6%로 확 낮춰잡은 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애초 계획은 2026년까지 지출 증가폭을 4%대 초반으로 차츰 줄여가겠다는 것이었지만, 세수 부족을 이유로 경제 성장 속도(5년간 경상성장률 연평균 전망치 4.4%)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 역행’적인 예산을 계속 편성하겠다는 얘기다. 노인 부양, 기후 위기 대응 등 앞으로 급증할 재원 마련 방법도 보이지 않는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내년 우리 성장률이 과거 전례가 없는 2년 연속 1%대에 그칠 우려가 있는데도 정부가 재정 운용의 기본인 경기 안정화 기능을 예산 편성 때 고려하지 않은 탓에 이념 싸움에 국민만 죽어나는 모양새가 됐다”고 꼬집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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