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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국 반도체’ 또 새우등 되나…화웨이 스마트폰이 부른 후폭풍

등록 2023-09-09 07:00수정 2023-09-11 13:41

중국 상하이에 있는 화웨이의 공식 대표 매장(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에 있는 화웨이의 공식 대표 매장(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화웨이가 고성능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미-중간 반도체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아이폰 금지령’으로 대응 전선을 넓혔고, 미국에선 대중국 기술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또다시 미-중 갈등의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SK하이닉스칩, 어떻게 화웨이로

화웨이가 지난달 말 출시한 스마트폰에 에스케이(SK) 하이닉스의 메모리칩이 사용된 경위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8일 반도체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탑재된 메모리칩은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5(LPDDR5) 디(D)램과 유니버설플래시스토리지(UFS) 낸드플래시다.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프로세서’ 칩셋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범용 메모리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2020년5월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 이후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유출 경로’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우선 화웨이가 메모리 물량을 미리 확보해 두었을 가능성이다. 문제의 메모리(LPDDR5)는 범용 제품이어서,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가 전방위적으로 강화되기 전에 부품 재고를 충분히 쌓아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간 공급망을 통한 유통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범용 메모리 반도체 중간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다. 제조업체와 직접 거래한 물량이 아니라면, 중개업자 유통망을 거쳐 화웨이로 흘러갔을 것이란 얘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주문제작 방식의 비메모리 칩셋과 달리 디램은 규격화된 범용 제품이어서 재고량이 많은 중간업자들을 통해 물량을 조달하는게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제품도 아니고 수천만대에 이르는 많은 물량을 공식 거래가 아닌 경로로 조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자사 메모리칩이 탑재된 경위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제재망을 뚫은 첫 사례로 부각되면서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이날 에스케이하이닉스 주가는 4.05% 급락했다.

■ ‘7나노 프로세서’ 중국 기술력에 ‘충격’

반도체 업계는 화웨이가 미국의 고강도 제재 속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갖춰야 하는 7㎚(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를 탑재한 점에 주목한다. 현재 미 상무부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기준(14㎚~16㎚)을 훌쩍 뛰어넘는 제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극자외선(EUV) 첨단장비가 아닌 심자외선(DUV) 구형장비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화웨이폰을 분해해 분석한 테크인사이츠 쪽은 “심자외선 장비를 여러번 반복해 회로를 새기는 방식으로 우회한 것으로 보인다. 수율(정상품 비율)과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겠지만 첨단장비 없이 7나노 프로세서를 제조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강효주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화웨이는 미국의 수출통제명단에 포함돼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수출규제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를 받아왔다”며 “7나노 제품 양산은 중국이 가파른 기술 진보를 이뤄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당국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중국이 7나노 제품을 온전히 자체개발한 사실조차 아직 정확하지 않다는 태도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일(현지시각)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뭔지에 대해 더 명확하게 파악할 것”이라며 “우리는 특정한 스마트폰이 아닌 전체적인 접근법이라는 맥락에서 그렇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 공장에 또 불똥튀나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대중 기술 규제가 무력화됐다”며 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의 대표 기업인 애플의 아이폰에 대한 금지령 카드까지 꺼내든 터라 두 나라의 갈등 수위는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 강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규제 일부를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제재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또다시 미-중간 기술 패권 경쟁의 후폭풍에 직면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중국의 아이폰 금지령 직후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은 실적 하락 우려로 주가가 큰폭 하락한 터다. 가장 큰 문제는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에 첨단장비 반입 허용 여부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에 반도체 첨단장비 반입을 금지하는 규제를 발표했는데,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1년간 유예 조처를 받았다. 다음달 11일이면 유예 시한이 끝나 미국 정부가 연장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

한국 정부와 업계는 연장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해 왔는데, 유예 여부 결정을 코앞에 두고 돌출 악재를 만난 상황이 됐다. 유예 조처를 연장받더라도 장비 반입 기준 등이 더 까다로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반입 문제는 오랜기간 미국과 협의해 온 사안으로 화웨이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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