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전문채널 YTN을 인수한 유진그룹은 건설자재부터 금융까지 5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70위권 기업이다. 지배회사인 유진기업은 레미콘 제조,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1조4천억원에 이른다.
유진그룹은 1954년 유재필 창업주가 세운 대흥제과를 모태로 하며, 1979년 유진종합개발을 세우고 레미콘 사업에 진출했다. 건설 붐을 타고 레미콘 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으며 인천, 부천, 수원 등에 레미콘 공장을 잇달아 세웠다. 레미콘은 특성상 사업장 소재지에서 먼 거리로는 상품 공급에 한계가 있는데, 유진기업의 레미콘 사업장은 수도권에 밀집돼 현재도 레미콘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창업주의 장남인 유경선 회장이 1985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회사는 사세를 더욱 키워나갔다. 레미콘 외 건자재 유통과 건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가하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시도했다. 지난 2004년에는 고려시멘트를 인수했으며, 2007년에는 로젠택배, 하이마트를 잇달아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물류와 유통으로 확장했다. 같은 해 서울증권 및 자회사를 인수해 금융업으로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이러한 사업 확장에 2007년에는 재계 3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불황이 심화하면서 유진그룹은 로젠택배와 하이마트를 매각했다. 대신 2016년에 인수한 건설사 동양은 시공능력평가 81위의 중견사로 키우는 등 수익구조 안정화에 힘쓴 끝에 유진그룹은 현재 재계 순위 78위(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유진그룹이 YTN 인수에 뛰어든 것은 과거 방송 관련 사업을 한 경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진그룹은 1997년 부천 지역 종합유선방송사 드림씨티방송에 출자한 것을 시작으로, 은평방송을 인수하며 부천, 김포, 은평 지역에서 40만명의 가입자를 둔 케이블TV 사업자로 성장한 이력이 있다. 당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서는 처음으로 자사 브랜드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유진그룹은 한때 미디어 사업을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을 했으나, 2006년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며 드림씨티방송 지분을 CJ홈쇼핑에 매각했다. 유진그룹은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으나, 회사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유진그룹을 이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창립 70년을 앞둔 유진은 국내 대표 중견그룹으로서 공정을 추구하는 언론의 역할과 신속·정확성을 추구하는 방송이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YTN 지분 인수를 통해 방송·콘텐츠사업 재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이 예정된 만큼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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