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27일 윤석열 후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공약 내용 갈무리.
4개월여 앞둔 내년 총선이 비전 제시와 정책 대결이 부실했던 지난 대선과 같이 ‘알맹이 없는 공약전’이 될 우려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경제학계에서 일고 있다. 여당의 ‘김포의 서울 편입’ ‘공매도 금지’ 방안과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이명박 정부 때처럼 목표 성장률을 제시하는 모습이 인기 영합주의적 공약이 남발된 지난 대선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보수 성향의 이만우 고려대 명예교수(경영학)는 7일 한겨레에 정치권이 경제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부추기는 공약을 던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야당이 성장률 3%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거나, 갑작스럽게 공매도를 금지한다는 정부·여당의 정책 모두 ‘쇼크 요법’인데 이런 요법은 (경제에) 참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들고나온 3%는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인위적인 숫자고, 여당이 무턱대고 공매도를 금지한 건 개인 투자자는 만족시켜도 시장 전체에 굉장히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급히 들고나온 설익은 공약들은 지난 대선 선거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국민의힘이 개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한 줄 공약으로 밀어붙인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가 대표적이다.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유튜브 방송에 나갔다가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이라는 이미지를 얻자 이를 만회하려고 밀도 있는 고려 없이 이 공약을 발표했다가, 재벌 특혜라는 비판에 부닥쳐 대주주 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쪽으로 수정한 바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내세워 뚜렷한 근거 없이 내건 ‘50조원 공약’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재명 후보가 15조~25조원의 전 국민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약한 데 따라 맞불성으로 내놓은 공약이었다. 묻고 더블식 공약이란 혹평이 뒤따랐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취임 뒤 소상공인 지원 예산을 24조6천억원으로 책정하며 공약을 수습했다.
양당이 정체성과 배치되는 정책을 들고나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인기 영합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진보 성향의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는 “시장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이들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려고 하고, 목적을 민생에 둬야 하는 진보주의자들은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인위적인 성장을 이야기한다”고 꼬집었다.
경제부처의 전직 고위 관료도 “저금리 시기 자산시장 양극화로 사다리를 잡고 올라가지 못한 이들의 좌절감이 극대화된 상황”이라며 “정부가 도그마(종교적 교리)에 사로잡혀 재정을 쓰지 않으니 ‘제2의 뉴타운’(김포의 서울 편입) 같은 엉뚱한 수단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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