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에서 ‘민생경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경제성장률 3% 달성’을 확실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이어지는 여야의 민생정책 경쟁에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 경제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무한 내핍’의 시기, 가계는 소비하지 않고 기업은 투자를 못 한다”며 “경제회복을 위해 정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23일 당무에 복귀한 뒤 기자회견을 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는 6천자에 이르는 기자회견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 우리 국민들은 ‘경제 좀 살려달라’고 절규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건전재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며 “정부가 경제위기를 심화시켜 오히려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률 3%를 달성하려면 △연구기술 개발, 신성장 동력 발굴, 미래형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소비 진작이라는 쌍끌이 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2024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리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는 건전재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분야와 재생에너지 분야 예산 축소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막이 오른 예산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2024년도 국가 주요 연구개발 예산을 21조5천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2023년보다 13.9%(3조4천억원) 줄어든 수치다. 이 대표는 “정부는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3일 만에 알앤디 예산을 일률적으로 삭감해버렸다”며 “각종 연구의 매몰비용을 생각하면, 알앤디 예산 대폭 삭감은 절약이 아니라 낭비로 귀결되는 치명적 패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을 최소 2022년 수준으로 증액하겠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에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1년 한시로 ‘임시 소비세액공제’를 신설하고, 청년들의 대중교통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청년 3만원 패스’와 3조원 규모의 민관 협력 금리 인하 프로그램 도입을 언급했다. 자신의 주요 정책인 지역화폐 예산도 늘리겠다고 했다.
이 대표가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민생정책을 발표한 것은 민생 대안 정당 이미지를 부각하고, 정부·여당의 연이은 대형 정책 발표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 안에서는 정부·여당이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의대 정원 확대, 경기 김포시 서울 편입 등을 연달아 발표하자 의제를 선점당한다는 위기감이 없지 않았다.
한편,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 회동을 대통령실에 다시 제안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메아리 없는 함성도 한두번이다. 저희가 필요한 일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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