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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수펑크 언급 없이 건전재정 자화자찬한 대통령

등록 2023-10-31 21:49수정 2023-11-01 02:42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2024 시정연설’에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건전재정 기조를 ‘옳은 방향’이라고 호평”했다며 “내년 총지출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하도록 편성하여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였다”고 말했다.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4.9%)보다도 낮은 수준의 지출 증가율이 건전재정 기조 유지를 위해 옳은 방향이라고 자화자찬한 것이다.

건전재정이란 세입 범위 내에서 세출을 억제해 공채발행이나 차입이 없는 재정을 말한다. 건전재정을 지키면서 경제를 성장시키고, 사회적 약자까지 돌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이상적인 상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는 무리한 부자 감세와 잘못된 경기 예측으로 세입 기반을 허물어 놓은 상태에서 강행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우리 경제를 흔들고 있다. 사상 첫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기초과학 생태계가 이미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복지와 교육, 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갑작스러운 예산 삭감으로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지방정부나 교육청에 지급하는 지방교부금은 세수 결손으로 당장 올해부터 크게 삭감할 계획이다. 그렇지 않아도 쪼들리는 지방재정이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2025년까지 병사 월급 205만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부터 병사들은 생일 특식 케이크를 못 받고, 축구화 구매비나 이발비, 효도휴가비도 사라진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병사에게 지급하던 현금성·현물 지원 사업 예산 1857억원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자랑하는 23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이 대부분 이런 식으로 이뤄진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그나마 이번 시정연설과 관련해 주목할 대목은 이전처럼 이념을 앞세우며 야당을 노골적으로 공격하지 않고, 예산안 편성을 두고 국회의 협력과 협조를 부탁한 점 등이다. 연설 직전 윤 대통령이 정부 출범 이후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화를 나눴다. 이번을 계기로 윤 대통령이 국회를 인정하고, 야당과의 협치에 힘을 기울이길 바란다. 하지만 이날 시정연설에서 야당 공격만 빠졌을 뿐, 여전히 자화자찬하며 국정기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정부가 건전재정에 진심이라면, 펑크 난 세수부터 메울 방법을 찾기 바란다. 국회는 연구개발 예산을 포함하여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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