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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용산·국힘 일방통행에 관가 ‘술렁’…“이런 나라 어딨나”

등록 2023-11-08 06:00수정 2023-11-08 13:37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김포시 서울 편입안이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거리에 국민의힘 김포-서울시 편입 당론추진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김포시 서울 편입안이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거리에 국민의힘 김포-서울시 편입 당론추진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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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긴급 당정 회의를 열어 공매도 금지 조처를 발표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일 겁니다.”

경제 부처의 한 관료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여당과 정부 핵심 인사들이 참석하는 주말 고위당정협의회는 통상 ‘레고랜드 사태’ 등 시장에 큰 충격이 생겼을 때 여는 게 일반적이다. 월요일 시장이 출렁이지 않도록 조기에 수습 대책을 발표한다는 취지다. 유권자 ‘표심’을 노린 공매도 금지는 이런 대책과는 거리가 먼데도, 같은 형식을 취하는 게 영 어색하다는 얘기다.

이번 조처로 금융당국은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됐다. 공매도 금지 발표 불과 이틀 전인 지난 3일까지만 해도 “사실과 다르다”, “확정된 바 없다”고 보도 설명자료를 펴냈던 까닭이다. 금융위원회는 지금까지도 입장을 바꾼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한국의 특이한 상황 때문”이라고만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처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공매도 전면 금지 조처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7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에 따르면,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김포 등의 서울 편입, 공매도 전면 금지 등 정치권 주도로 공약이 쏟아지기 시작하며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기존 정책 방향과 충돌하는 엇박자, 행정부 패싱(건너뛰기) 등이 노골화하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무리한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거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할 경제 관료들이 여의도 국회만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용 정책 전환에 체면을 구긴 건 경제 선임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경제부총리(기재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추경호 부총리는 그간 “은행권에 횡재세(일정 규모 이상의 이익에 물리는 세금)를 부과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주장에 연거푸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고금리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마치 은행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발언한 이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난 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횡재세가 맞는지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그걸 토대로 (은행권의) 문제점이 논의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정작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우리는 횡재세를 검토한 적도 없다”고 털어놨다.

지난 2일 경기 김포시의 한 도로에 펼침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경기 김포시의 한 도로에 펼침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여당이 김포의 서울 편입을 부동산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기한 거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의 한 실무자는 이같이 언급했다. 수도권 유권자의 집값 상승 기대에 불붙이는 속 보이는 공약이 아니길 바란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는 “(공약 조율을 위한) 당과 저희 쪽의 사전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치권의 인기영합적 정책 요구를 완충하고 조율하는 경제 부처의 역할과 기능이 쪼그라들고 당의 일방통행이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스스로 앞뒤가 안 맞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기재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재정준칙(재정적자 및 국가채무의 상한을 규제하는 제도)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튀르키예와 우리나라뿐”이라며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을 그간 강조해왔다. 그런데 오이시디 회원국 중 튀르키예뿐이었던 공매도 전면 금지 국가에 한국도 동참하며 설득력을 잃게 됐다.

정책 조합의 정밀함이 떨어지면서 통화 정책도 혼란에 빠졌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3.50%로 중립금리(경제를 과열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균형 금리, 2% 중후반대 추정)보다 높다. 한국은행이 고물가와 누증된 부채 문제 해소를 위해 ‘긴축적인 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가계와 기업은 대출금리가 오르는 등 돈을 빌리는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한쪽에선 고금리로 인한 대출 부실 우려까지 나오는 마당에 다른 쪽에선 ‘새로운 빚’이 또 쌓이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한 정부 정책이 ‘영끌’ 심리를 자극한 탓이다. 가계 대출이 올해 4월부터 다시 늘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출 조이기’에 들어갔으나, 윤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발언은 이를 다시 되돌려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릴 여지가 있다. 한은 내부에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나 금융 보고서 등을 통해 “가계 대출 증가에 정책 금융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책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불편함을 내비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문제는 진짜 돈 드는 공약 전쟁은 이제부터라는 점이다. 공매도 금지에 이어 예산·세금 관련 공약들이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담당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매도 금지 첫 시행일인 6일엔 “당정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완화한다”는 한 인터넷 매체의 확인되지 않는 보도로 술렁인 곳은 증권가만은 아니었다. 과세당국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대중의 인기를 좇는 공약이 주류를 이루는 탓에 ‘아니면 말고’ 식의 예비 공약들도 입길에 오르내리는 셈이다.

기재부 핵심 관계자는 “취약 계층과 부문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할 때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근거가 부족한 선심성 공약이 정치권으로부터 쏟아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종오 전슬기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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