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9일 오후 최태원(63)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노소영(62)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첫 재판 절차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1심 선고가 내려진 지 11개월 만이다.
이날 법정에는 노 관장이 직접 출석했다. 당사자들이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가사 사건의 변론준비기일이지만, 국외 출장으로 재판에 불참한 최 회장과 달리 노 관장은 이례적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노 관장은 1시간30분 뒤 법정을 나오면서 “30여년 결혼생활이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해 참담하다고 말씀을 드린 바 있다. 저희 사건으로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법에 의해 지켜지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항소심의 쟁점은 1심에서 ‘특유재산’으로 본 최 회장의 에스케이(SK)㈜ 주식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달라질 것인가로 모아진다. 최 회장의 보유 주식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도를 어느정도 인정하느냐가 핵심이다. 최 회장 쪽은 해당 지분이 선친인 고 최종현 전 회장에게 증여·상속으로 물려받은 특유재산이라는 입장이고, 노 관장 쪽은 결혼 뒤 회사 합병으로 에스케이의 최대 주주가 됐으므로 혼인 중에 형성된 재산이라고 주장한다. 노 관장 쪽에서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1심 판단과 달라지기 어렵다는 관측과 항소심 재판부의 특유재산에 대한 판단이 다를수 있다는 관측이 엇갈린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혼외 자녀가 있다고 밝힌 뒤 2017년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조정 신청을 했다. 이혼 요구에 응하지 않던 노 관장은 2019년 입장을 바꿔 위자료로 3억원, 재산분할금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에스케이 주식 50%(약 1조원어치)를 요구하며 맞소송(반소)을 냈다.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665억원, 위자료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의 이혼 청구는 기각됐고, 양쪽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노 관장은 올해 초 김희영 티앤씨(T&C) 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두 사람의 세 자녀는 지난 5월 2심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자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해 현재 프랑스 파리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케이그룹 관계자는 “세계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11월28일까지 해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유치 활동에 전념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14일 파리에서 동거인인 김 이사장과 함께 행사에 참석해 주목받기도 했다.
홍대선 선임기자
hongds@hani.co.kr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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