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연합뉴스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에스케이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이혼소송 1심 판결에 대해 “저의 삶의 가치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다”며 “참담한 심정”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노 관장은 2일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십년을 함께 한 배우자로부터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받으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1심 판결에 대해 “완전한 패소”라고 토로했다. <법률신문>은 지난해 12월28일 노 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노 관장은 “외부에 드러난 바로 5조 가까이 되는 남편 재산에서 제가 분할받은 비율이 1.2%가 안 된다. 34년의 결혼 생활 동안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남편을 안팎으로 내조하면서 그 사업을 현재의 규모로 일구는데 제가 기여한 것이 1.2%라고 평가받은 순간, 그 금액보다 그동안 저의 삶의 가치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다”며 “1심 판결 논리대로면 대기업 오너들뿐 아니라 규모를 불문하고 사업체를 남편이 운영하는 부부의 경우 외도한 남편이 수십년 동안 가정을 지키고 안팎으로 내조해온 아내를 재산상 손실 없이 내쫓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재판장 김현정)는 지난해 12월6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액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 쪽은 당초 이혼소송을 내면서 최 회장이 보유한 에스케이 지주사 주식 1297만5472주(지분율 17.37%) 중 절반을 분할해 달라고 청구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주식에 대해 “최 회장이 선친(고 최종현 회장)에게 물려받은 지분에서 비롯한 특유재산”이라고 판단해서다. 특유재산이란 부부 중 한쪽이 혼인 전부터 소유하거나 혼인 중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으로,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노 관장은 이런 1심 판단에 대해 적극 반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관장은 “(에스케이 주식이 특유재산이라는 판단은)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이라며 “항소심에서 에스케이 재산 형성 과정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노 관장은 자신이 에스케이라는 회사의 성장에 기여했다고도 주장했다. 노 관장은 “시카고대학 경제학부 박사과정에서 최 회장을 만났을 때부터 미래와 사회에 대한 꿈과 비전을 함께 나눈 파트너였다”며 “결혼 후 자녀들이 생기자 자연스럽게 저는 육아와 내조를, 남편은 밖에서 사업을 하는 역할 분담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는 에스케이의 무형의 가치, 즉 문화적 자산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노 관장은 1심 선고 2주 뒤인 지난해 12월19일 항소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 관장 쪽은 항소심에서 △최 회장 소유 에스케이 주식이 ‘특유재산’이 아니고 △내조와 가사노동 기여도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됐다는 등의 주장을 펴겠다고 예고했다. 최 회장도 이틀 뒤인 지난 21일 항소를 하며 두 사람의 이혼소송은 한동안 이어지게 됐다.
한편 이날 최 회장 쪽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노 관장 인터뷰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최 회장의 변호인단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하여 당사자 일방이 언론을 이용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태도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며 “1심 판결은 재산분할에 관한 새롭거나 특이한 기준이 아니며 이미 오랜 기간 확립된 판단 기준을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가 한 인터뷰 내용 역시 수년간 진행된 재산분할 재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주장되었던 것이며, 1심 재판부가 이를 충분히 검토하여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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