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엘지에너지솔루션 제공
엘지(LG)에너지솔루션(이하 엘지엔솔)과 미국 포드가 튀르키예 기업 코치와 손잡고 올해 말 착공하려던 현지 전기자동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코치는 지난 11일(현지시각) 엘지엔솔-포드-코치가 튀르키예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내용의 3자 양해각서(MOU)를 철회한다는 공시를 했다고 엘지엔솔이 12일 밝혔다.
이들 3사는 “현재 소비자들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고려할 때 튀르키예에 건설 예정이던 배터리셀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에 상호 동의했다”며 “이에 올해 초 체결된 구속력 없는 3자 양해각서를 해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올해 2월 이들 3사는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2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지어 향후 45GWh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합작공장에서 생산될 배터리는 포드가 유럽 시장 중심으로 판매하는 전기 상용차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포드와 코치는 튀르키예에 합작사 ‘포드 오토산’을 설립해 연간 45만대 규모로 상용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합작 무산과 관련해 엘지엔솔은 “포드의 기존 상용 전기차 관련 계획은 그대로 진행된다”며 “엘지엔솔은 기존 생산시설에서 동일한 상용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배터리셀을 공급할 예정이며, 양사는 앞으로도 오랜 사업 관계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35년까지 유럽 전역에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려는 포드의 목표에 지속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튀르키예 현지 합작공장 계획은 취소했지만, 포드와 상용 전기차 관련 공급 협력은 계속한다는 것이다.
이번 양해각서 철회는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설 투자를 강행하기보다 현실적 실리를 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수조원을 들여 공장을 새로 짓기보다 시장 상황을 봐가며 기존 생산시설과 인력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포드는 전기차 투자 계획 중 120억달러를 줄이고, 에스케이(SK)온과 미국 켄터키주에 짓기로 한 2공장 가동도 애초 목표한 2026년보다 늦추기로 했다. 포드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테슬라·폴크스바겐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잇따라 전기차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생산설비 증설 계획을 미루거나 재조정에 나섰다.
홍대선 선임기자
hongd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