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공급망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요소수 대란 등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컨트롤타워가 신설된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대응하는 게 아니라 지원 조직과 재원을 갖춘 상시 관리 체계가 생긴다는 뜻이다. 정부는 중국의 수출 통제로 수급 불안 우려가 불거진 차량용 요소수와 농업용 비료 원료인 인산이암모늄의 국내 공급 확대를 지원하고, 이달 중 정부 비축 요소 1930톤을 긴급 방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안보공급망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기획재정부 등 8개 부처가 참여하는 장관급 공급망 점검 회의를 한 건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내년 6월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범정부 공급망안정화위원회가 설치된다. 지난 8월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라서다. 위원회는 공급망 안정화와 위기 대응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컨트롤타워 구실을 한다.
또 내년 하반기 경제안보를 반영한 3년 단위 기본 계획을 세우고 경제안보 품목을 지정해 관리할 방침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설치해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분야의 기업들에 경제안보 품목 확보와국내외 시설 투자 지원(대출·보증·출자 등)도 개시한다. 재원은 정부 보증 공급망기금채권 발행으로 조성한다. 규모는 추후 확정된다.
이날 회의에선 요소·인산이암모늄·흑연 등 공급망 불안 품목의 수급 동향 점검도 진행됐다. 현재 국내에 4.3개월치 물량을 확보한 차량용 요소와 요소수의 수급 불안 우려를 없애기 위해 조달청 보유 요소 비축 물량 1930톤을 이달 중 긴급 방출하기로 했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차량용 요소의 수입관세율 인하 조처를 내년까지 연장한다. 인산이암모늄도 내년 상반기까지 인하된 관세율을 적용한다. 인산이암모늄은 현재 내년 5월까지 쓸 수 있는 재고를 확보한 상태다.
또 내년 4월까지 중국 이외 제3국에서 들여오는 산업용·차량용 요소의 해상 운송비 일부를 한시 지원하고, 타당성 용역 등을 거쳐 중장기적으로 국내에 요소 생산시설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한다. 인산이암모늄 역시 모로코·베트남 등 제3국에서의 공동 구매를 지원하고, 수급 불안이 생기면 국내 기업인 남해화학의 수출 물량을 내수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국으로부터의 요소 수입 차질이 발생한 직후 주유소 판매 물량과 판매 가격 모두 큰 폭의 변화 없이 안정적인 상황을 보이고 있다”며 “불안 심리에 따른 가수요나 사재기 등 유통시장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시 매점매석 고시나 긴급 수급 조정 조치 등 시장 안정화 조치 시행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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