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올해보다 소비를 더 줄이겠다는 국민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물가·고금리 탓에 내년에도 민간소비 회복이 여의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15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전국 만18살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4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를 보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소비 지출을 더 줄이겠다는 응답이 52.3%로 더 늘리겠다는 응답(47.7%)보다 많았다. 다만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와 비교해보면, 소비 지출을 줄이겠다는 비중은 감소(56.2%→52.3%)하고, 확대하겠다는 응답(43.8%→47.7%)은 늘었다.
한경협은 “코로나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민간소비가 올해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고금리‧고물가로 가계소비는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조사됐다”며 “다만, 소비 부진의 강도는 다소 완화될 조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란 응답(42.2%)이 개선될 것이란 답변(11.3%)보다 훨씬 많았다. 올해와 비슷할 것이란 응답은 46.5%였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소비 지출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소득 1분위(하위 20%·64.5%)와 2분위(57.4%), 4분위(52.1%)에서 내년에 소비를 더 줄이겠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반면 소득 3분위(52.1%)와 5분위(상위 20%·60.9%)에선 소비를 올해보다 늘릴 것이란 응답이 더 많았다. 특히 소득 5분위에서는 소비 확대 응답(60.9%)이 지난해보다 조사 때보다 12.9%포인트나 늘었다.
소비 지출을 더 줄이려는 이유는 고물가(43.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실직과 소득 감소 우려(13.1%),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10.1%), 자산·기타 소득 감소(9.0%) 등이 뒤를 이었다. 지출 축소 품목을 물었더니, 여행·외식·숙박(20.6%), 여가·문화생활(14.9%), 의류·신발(13.7%) 등이 많았다. 한경협은 “미래를 대비해 저축을 늘리는 대신 불요불급한 외식 수요와 국내외 여행 심리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비를 더 늘리겠다는 응답자들의 주요 지출 확대 품목은 음식료품(22.7%), 주거비(21.7%), 생필품(11.8%) 등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절반(45.7%)가량은 내년에도 소비 여력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소비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부업·아르바이트(42.2%), 예·적금 해지(22.2%), 주식 등 금융자산 매도(15.4%) 등을 꼽았다. 소비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물가·환율 안정(43.6%), 금리 인하(16.1%), 세금·공과금 부담 완화(15.4%) 등을 꼽았다.
김회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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