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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벤처-중견기업 ‘어깨동무’ 자동화 장치 열매

등록 2006-04-19 17:51수정 2006-04-20 20:54

자동화수동변속기를 개발한 에스디의 임직원들이 제품의 개선 방향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자동화수동변속기를 개발한 에스디의 임직원들이 제품의 개선 방향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에스디 원천기술-동환산업 자금 다리놔
기계연 도움 전자파 해결 10조시장 부푼 꿈

네트워크 성공시대/⑧ 창원단지 혁신클러스터

기업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신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사업화하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원천기술을 응용해 제품의 생산 및 판로 개척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기업인들은 ‘죽음의 계곡’이라고 부른다. 수동변속 차량을 자동변속처럼 운전하게 해주는 자동화변속장치를 개발한 에스디(주)는 경남 창원의 대표적 향토기업인 동환산업과 어깨동무를 해서 이 계곡을 건너고 있다. 이들 기업의 만남은 창원산업단지의 혁신클러스터 사업 덕분에 가능했다.

백정호(41)씨와 이창수(40)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에스디는 창업과정부터 남달랐다. 어린 시절 어려웠던 가정형편 탓에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백 사장은 15살 때부터 선박기관사, 용접공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백 사장은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일하던 1984년 즈음 자동변속장치를 착안했다”면서 “기술을 개발하고 구체적인 사업으로 진척시킬 방법을 몰라 고민할 때 지인의 소개로 이창수 사장을 만났다”고 말했다. 포항공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 사장은 당시 엘지전자에서 퇴사해 창업을 모색하고 있었다.

2004년 2월 회사를 설립하고 창원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뒤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6개월 뒤 국내특허를 획득했고 연말에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기업 확인을 받을 만큼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연구개발비용 마련은 물론 직원 4명의 월급도 제때 주기 힘들었다. 이때 에스디를 동환산업에 소개해 자금에 ‘숨통’을 터 준 것은 산업단지공단이었다. 이듬해 시작될 혁신클러스터 사업의 밑돌을 놓기 위해 지역내 기업들의 네트워크 구축 작업을 벌이다 두 기업의 만남을 주선하게 된 것이다.

차량에 설치된 자동화수동변속장치.
차량에 설치된 자동화수동변속장치.
버스용 에어컨을 주로 생산해온 동환산업은 2004년 말 부품 공동개발 및 생산협약을 맺고 10억여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또 회사 한켠에 에스디를 위한 사무실과 연구개발 공간을 제공했다. 소음제거와 모터파워 조정 등 기술적으로 예민한 부분을 함께 풀었고, 판로개척을 책임져 시장을 개척하기로 했다.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한 창원산단 내 운송장비 미니 클러스터는 기술의 ‘숙성’에 결정적 역할을 맡았다. 변속기를 전자장치로 컨트롤 할 때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과제였는데, 클러스터를 통해 소개받은 한국기계연구원의 이근호 박사의 도움으로 ‘변속기 제어 모듈’의 전자파 문제 등을 풀어나갈 수 있었다.

에스디는 현재 제품개발을 마친 상태로, 차량 주행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수동변속 차량에 자동화수동변속기를 달면 기어가 바뀔 때 수동변속 때처럼 엔진의 연비가 높아진다. 에스디는 자동변속기 위주여서 출시 때 기존 업체들의 저항이 우려되는 승용차 시장보다 판로 확보가 유리한 트럭·버스 등 디젤차 부분에 먼저 진출할 계획이다. 미국·독일 등의 경쟁자들에 비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탁월한 에스디의 제품은 4년 뒤 한국에서만 6000억원, 세계적으로 10조원 규모로 형성될 시장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이창섭 한국산업단지공단 동남지역본부장은 “에스디와 동환의 만남은 벤처기업과 지역내 맏형 격인 중견기업의 행복한 협업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혁신클러스터추진단은 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을 위한 네트워킹 작업에 앞장서고, 사업추진의 행정적·절차적 걸림돌을 제거하는 브로커의 역할을 맡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창원혁신클러스터 이상천 단장 “상생 연결하는 난 행복한 브로커”

“1970년대 방위산업체 육성을 위해 조성된 창원산업단지는 이제 국내 기계 산업의 구심점이 됐지만, 입주 중소기업들은 주로 대기업과의 원·하청 관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기술수준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게 사실이지요. 클러스터 사업은 지역 중기들의 혁신능력을 키워, 대기업과 상생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영남대 총장 출신으로 창원혁신클러스터를 이끌고 있는 이상천(54) 단장은 “창원 기계산업의 두 번째 도약을 이끌어내는 데 클러스터 사업의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창원산단 내 삼성테크윈, 위아,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부품·소재기업 1600개사는 국내 기계산업 생산액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 중소기업들의 자생력을 키우고, 세계적인 기술융합 추세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풀기 힘든 숙제도 안고 있다. 이들 입주기업들이 상호협력, 공동학습, 정보교류 등을 통해 혁신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클러스터 추진단이 ‘브로커’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게 이 단장의 설명이다.

“일본의 기계·금속가공 공단 ‘오타구’가 창원 클러스터의 모델이라고 봅니다. 거품 붕괴 뒤 몰락위기에 처한 오타구의 기업들은 ‘온리 원’ 전략을 채택했지요. 예컨대 오타구에 입주한 2천여개 영세 선반업자들은 각각 부분처리만 맡는다든지 특수재료만 가공한다는 식으로 특화를 이뤘습니다. 동업자들끼리 경쟁을 피해 전문화를 이뤘고, 대기업 하청의 굴레를 깨뜨릴 자생력을 키웠죠. 우리 중소기업들도 특화 경쟁력을 확보해야 대-중기 상생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7개 혁신클러스터 시범산업단지 중 하나로 선정된 창원단지에는 현재 공작기계, 금형, 운송장비, 메카트로닉스, 금속·소재 등 5개 미니클러스터가 결성돼 있다. 지난 1년간 인근 대학·연구소와 기업의 산학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업체와 전문가들이 뭉쳐 기술개발 프로젝트 팀을 운영했다. 이 단장은 “메인스핀들의 아르피엠을 2000 수준으로 올린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연구개발에 나서는 식”이라고 말했다.

“30~40년씩 걸려 자생적으로 형성된 외국과 달리, 한국형 클러스터 조성은 이미 생산기지화된 산업단지를 변신시키는 일이라 쉽지 않더군요. 저는 특징 없이 여러 분야 제품을 만들기보다 분업화를 이뤄야 지역 중소기업들이 살아난다고 믿습니다. 이런 기업들이 고부가가치화를 이룰 때 제품을 납품받는 대기업들도 혜택을 받는 ‘상생’이 이뤄질 것입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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