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비교] 삼성 vs 현대차
[집중비교] ① 정계, 검찰, 사법부, 언론 등 상이한 인맥관리
삼성 치밀한 전방위 밀착형↔현대차 느슨한 우직 단순형
삼성 치밀한 전방위 밀착형↔현대차 느슨한 우직 단순형
현대차
검찰 집중내사 몇달째 까마득히 몰라
“지인관리시스템 6개월만에 흐지부지”
“비선통한 로비활동 회장 주변만 알아” 현대차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몽구 회장의 구속으로까지 이어진 뒤 현대차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보 부재’를 이렇게 한탄했다.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임원들의 얘기를 듣고 복기해 보니 검찰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현대차를 집중 내사한 게 확실했다. 그런데도 최고경영진에서는 그런 기미를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다.” 현대차 비서실에서는 정몽구 회장의 사생활을 적어둔 수첩까지 없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에 압수수색당한 서류 목록을 정리해서 법무법인 쪽에 보여줬더니 깜짝 놀라며 어떻게 그런 서류를 사무실에 놓아두었냐고 혀를 차더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현대차는 검찰의 칼끝이 정확히 어디를 겨누고 있는지를 모른 채 끝까지 우왕좌왕을 계속했다. 과연 삼성이었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재계의 많은 관계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검찰이 ‘감히’ 삼성의 심장부에 압수수색의 칼날을 겨누기도 힘들뿐더러, 만약 이런 방침이 결정됐다면 삼성의 안테나에 잡히지 않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삼성 쪽으로 정보가 흘러들어 삼성이 사전에 철저히 대비를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결과는 평소의 대외 로비와 인맥 관리의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현대차도 ‘지인관리 시스템’이라는 게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차장급 이상 본사 임직원들에게는 정부 중앙부처 과장급 이상, 정계, 언론, 검찰, 사법부 등에 있는 지인들을 적어내 관리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리체계는 지난 2000년 ‘왕자의 난’을 계기로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의 우호적 환경 조성 등 모든 면에서 상대편보다 떨어진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강력하게 작동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한때는 지인관리용으로 인사팀에서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기도 했는데 6개월 정도 하다가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계열사마다 정부 부처나 국회 등을 상대로 대외업무를 하는 공식 부서와 인력들이 있다. 하지만 활동 강도는 “업무협의와 정보수집 활동 수준”이라고 한 임원은 전했다. 다른 한 임원은 “특별한 사안이 있으면 로비를 현대차 내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외부의 잘 아는 사람에게 맡긴다. 이런 비선 활동은 회장과 주변의 일부 핵심 참모들만 안다”고 말했다. 오히려 직원들이 외부 유력인사를 만나고 돌아다니면 회사정보 누출이나 청탁 위험성을 들어 꺼리는 풍토마저 있다고 한다. 현대차의 허술한 인맥관리 결과는 이번 검찰 수사 사태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계열사 사장단이나 임원들 중에 청와대나 검찰 고위관계자들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막상 사건이 터지니까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삼성
‘진학·취업반’ 공무원 인사까지 영향
“여당 국회의원 전담하는 임원 두기도”
“로비 담당임원에는 무한대의 결제권”
이에 비해 삼성은 막강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앞세워 치밀하고 지속적으로 사람과 조직을 관리한다.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출신 한 전직 임원의 이야기다. “1996년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이건희 회장이 불구속 기소된 뒤 검찰에 대한 관리를 대폭 강화했다. 각 계열사에서 하는 것과는 별도로 구조본 차원에서 50여명의 검찰 주요 보직자들에 대한 관리를 해왔다.” 이른바 ‘엑스파일’을 통해 드러난 검찰 간부들에 대한 삼성의 떡값 제공 의혹도 이런 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삼성이 공무원 인사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관가에서는 비밀이 아니다. 금감원 직원들은 내부에 ‘진학반’과 ‘취업반’ 등 두 종류의 공무원이 있다고들 말한다. “진학반은 윗선과 삼성에 잘 보여 승진을 하려는 사람들을 가리키고, 취업반은 평소 삼성에 잘 보였다가 공무원을 그만두면 삼성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내부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도는 이야기지만 꼭 과장은 아니다.”(전직 금감원 관계자) 지난해 삼성과 관련된 법안을 다뤘던 한 국회의원의 경험담. “삼성 문제를 제기하자 곧바로 삼성에 근무하는 절친한 친지가 찾아왔다. 나로서는 도저히 부탁을 거절하기 힘든 절친한 사이였다.” 그 친지는 “지금 하는 일을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게 모두 물거품이 된다”고 애원하며 매달렸다고 한다. “심지어 같은 당 의원들도 압박을 했다. 삼성이 전방위로 압박을 해오는데 공포감을 느낄 정도였다”며 이 의원은 혀를 내둘렀다. 여당의 경우 전체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을 밀착해 전담하는 삼성 임원이 있다고 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나 주요 당직자들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담당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야당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한 국회의원이 삼성 쪽에 불리한 활동을 하면 다른 의원들이 해당 의원을 압박하거나 은근히 ‘왕따’시키는 경우마저 있다고 한다. 정치권의 생리상 지도부나 동료 의원들이 싫은 내색을 하면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의원들 사이에서 “삼성을 등지고는 정치활동을 할 수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의 경우 본격적인 로비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구조본 및 계열사의 대외협력 담당 임원에게 무한대에 가까운 결제권이 주어진다고 한다. 비상관리는 상황에 따라 계열사 차원에서 처리할 사안과, 구조본 지휘 아래 전 조직이 나설 사안으로 나뉜다. 한 전직 임원은 “도저히 로비가 통하지 않으면 심지어 집중적인 투서 등을 통해 문제의 인물을 그 자리에서 밀어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대외협력 사업’은 삼성이 연관된 정책이나 법안의 왜곡, 수사기관 등의 ‘삼성 봐주기’로 이어진다. 금감위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씨는 지난 연말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삼성 봐주기식 금융감독 정책이 법치금융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가 꼽은 사례는 삼성카드의 금산법 24조 위반과 삼성에버랜드의 변칙회계 처리, 삼성생명의 투자유가증권 평가 손익 불법배분 처리 등이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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