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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선진국 기술 모방 뛰어넘어 새로운 특허 출원

등록 2006-05-17 19:39

에스피일레멕과 광진엔지니어링에서 임직원들과 외국인 컨설턴트, 그리고 중진공 관계자들이 함께 제품의 개선방향과 설계를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에스피일레멕과 광진엔지니어링에서 임직원들과 외국인 컨설턴트, 그리고 중진공 관계자들이 함께 제품의 개선방향과 설계를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일본인 전문가 자문 얻어 ‘절전 밸브’ 첨단기술 개발
노하우 바탕 ‘윈도 모듈’ 정밀한 설계표준 완성 눈앞
네트워크 성공시대/⑩ 외국인전문가 컨설팅

혁신형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국경제에 미래가 있다고들 말한다. 첨단기술 벤처나 이노비즈 확인(인증) 기업을 늘리고 이들의 판로를 만들어주자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전통 제조업체로 눈을 돌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미 시장을 확보하고 마케팅 능력을 갖춘 이들 기업들에겐 어떻게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진행하는 외국인 전문가 컨설팅 사업은 바로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의 모터 제조업체 에스피일레멕은 휴대전화 진동기능용 부품부터 광고판을 돌리는 대형모터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생산해 왔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부터 일본 도시바에 절전형 모터 내장 밸브를 납품할 계획이다. 일본 2개 업체만 가진 이 첨단기술을 따라잡고 관련 특허 2건을 출원하기까지는 사사키 히데오(55)의 자문이 큰 도움이 됐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 대상으로 뽑힌 에스피일레멕은 시화기술센터로부터 최고의 전문가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산쿄세이키(삼협정기)에서 30년간 근무하다 퇴직한 그는 지난해부터 전자 밸브 액츄에이터의 설계 및 제작을 돕고 있다.

에스피일레멕의 제품 가운데 냉매의 분출량을 전자 제어하는 밸브는 절전형 고급 에어컨에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이 회사는 수도꼭지를 천천히 조이듯 밸브의 개폐주기를 정밀 통제하는 기술을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설계가 완성된 뒤에도 품질을 담보할 부품가공 능력을 갖추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 회사의 김갑성(46) 이사는 “사사키 선생이 도면에 그린 부품에는 늘 역삼각형 5개가 표시됐는데, 우리 기술은 3개 수준이어서 애를 먹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삼각형 5개는 표면 거칠기가 유리 수준임을 뜻하는데, 이 회사의 기술은 나무판자 정도에 그쳤다는 뜻이다. “덕분에 관련 납품업체들의 기술력까지 향상됐다”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반월공단 내 광진엔지니어링은 자신들이 찾아낸 전문가를 영입하는 데 중진공의 도움을 받은 경우다. 차 유리를 여닫는 윈도우 레귤레이터 모듈을 제작하는 이 회사는 1975년 포니차에 납품했던 자동차부품업계의 터줏대감이다. 하지만 그동안 쌓인 노하우를 정리하고 규격화할 ‘설계표준’을 갖추지 못했다. 이 회사의 이영호(47) 이사는 “최근 마무리작업 중인 설계표준서에는 중력이 유리 10㎏과 마찰력 3㎏을 초과하면 안된다는 구절이 있다”면서 “이 짤막한 주의사항 안에는 엔지니어들의 수많은 눈물과 땀방울이 녹아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을 총괄지휘한 히데키 쓰보타(50)는 “설계표준 완성은 이 회사의 과거와 현재를 정리한다는 의미”라면서 “열정적인 태도로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있어 일본 기술력을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라고 덕담을 건넸다.

중진공의 해외전문가컨설팅은 국외사무소(유럽·미국·일본·중국) 및 유관기관을 통해 확인한 각 분야 국외전문가를 초청해 개별업체들을 지도하는 사업이다. 1983년부터 지난해까지 기계, 금속, 전기전자, 섬유화공, 자동화 등 기술분야에서 8천여개 업체가 도움을 받았다. 중진공은 전문가 섭외뿐 아니라 항공료, 체제료, 자문수당 등 컨설팅 총비용의 60~70%을 지원하고 있다. 예산이 떨어질 때까지 연중 수시로 신청을 접수한다.

중진공의 김범규(49) 구조고도화지원처장은 컨설팅 사업에 대해 “선진국의 기술을 우회적인 방법으로 도입해 신제품 개발의 애로점을 없애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기업의 생산성 증대나 수출 개척에 즉각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중기진흥공단 김중교 팀장 “족집게 과외로 기술장벽 돌파”

“초기에 중소기업들에게 외국 전문가를 소개해주면 ‘기술 베끼기’에 급급했죠.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업체들이 확보한 특허기술을 피해 새로운 특허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받는 곳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기술을 따라잡았다는 뜻이죠. 일본의 산업화를 이끌다 최근 은퇴하는 엔지니어들은 물론 미국, 독일, 중국 등에서도 전문가들을 데려오고 있죠. 업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는 생각이 들 때는 보람을 느낍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시화기술센터의 김중교(47·사진) 모터응용기술팀장은 외국 전문가 컨설팅을 ‘쪽집개 과외’에 빗대 설명했다. 한해 대여섯차례 방문해 일주일 가량 머무르는 단기 지도를 통해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지난 1980년대와 비교할 때 우리 제조업의 수준이 선진국들에 근접했지만,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는 “첨단기술 확보의 마지막 벽을 뛰어넘는 데는 관련기술 개발에 참여해 본 외국인들의 자문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습득은 물론 외국업체들이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까지 간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팀장은 “외국에 어떤 전문가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성공의 열쇠”라고 밝혔다. 업체들이 전문가를 파악하고 예산지원만 요청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정보를 갖지 못한 대다수 기업들을 위해서는 중진공 쪽에서 관련 서적과 세미나 자료 확인, 국외사무소의 정보수집 등을 통해 컨설턴트를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노력해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국외 조직을 활성화해야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업들 중에는 외국 바이어와 제품구매 계약을 체결하고도 납기 내에 기술개발을 못마쳐 발을 동동 구르는 곳들이 많아요. 그때 외국 전문가를 섭외해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해줄 때는 정말 뿌듯해집니다. 중소기업들이 자꾸 외국으로 빠져나간다고 걱정하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기술지도 등을 통해 한국에서 기업하는 확실한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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