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기준 완화는 못얻어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이 10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모두 15개 분과 가운데 11개에서 양쪽의 합의사항과 쟁점을 정리한 통합 협정문 작성을 이끌어내고 닷새간의 일정을 마쳤다. 그렇지만 두 나라는 이번 협상에서 농업, 섬유, 동식물 검역, 지식재산권, 의약품 등 상당수 분야에서 이견을 보여, 앞으로 진행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서비스·금융·투자 분야 등에서 미국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다. 반면 개성공단 제품의 국내산 인정과 섬유의 원산지 기준 완화 같은 주요 관심분야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 유리한 협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미는 지식재산권, 의약품, 자동차, 통신·전자상거래, 노동, 환경, 분쟁해결·투명성 분야에서는 통합 협정문을 작성하는 성과를 냈지만, 대부분 이견으로 인해 양쪽 초안을 병기하는 수준에 그쳤다.
김종훈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대표는 이날 워싱턴 현지 브리핑에서 “상호 이견이 뚜렷한 농업, 동식물 검역, 섬유, 무역구제 4개 분야는 통합 협정문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미국과 평행선을 달린 개성공단의 원산지 문제와 관련해선 “방법과 시기를 잘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쪽 수석대표는 이날 전화브리핑에서 “지재권 분야의 상표권에서 일부 의견 일치를 봤고, 자동차의 경우 매우 생산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했으나 아직 이견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김종훈 대표는 이에 대해 “지재권 분야에서 합의된 것은 없으며, 자동차 분야는 미국 쪽 요구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미국은 한국의 교육과 의료 서비스 시장 개방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커틀러 대표는 “앞으로 난제가 많이 남아 있고, 일부는 해결이 매우 어렵다”며 “2차 협상 이전에도 전자우편과 화상회의 등을 통한 협의를 계속해 이견을 최대한 좁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쪽은 다음달 10~14일 서울에서 열리는 2차 협상에서는 상품 양허안과 서비스 유보안을 교환한 뒤 본격적인 주고받기식 협상을 벌인다. 한국은 오는 27일 정부 합동으로 관련 업계와 단체를 초청해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워싱턴/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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