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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중기 틈새 수출 맞춤형 지원합니다”

등록 2006-06-28 19:02

한 중소기업의 수출담당 직원과 코트라 지사화사업팀 관계자가 국외 바이어와 수출 상담을 벌이고 있다. 사진 코트라 제공
한 중소기업의 수출담당 직원과 코트라 지사화사업팀 관계자가 국외 바이어와 수출 상담을 벌이고 있다. 사진 코트라 제공
폭넓은 조직망 활용 중소기업-외국 바이어 연결 반덤핑 등 분쟁 해결도

네트워크 성공시대/⑬ 코트라 지사화 사업

중소기업의 활로에 대해 논하는 자리에서는 으레 ‘세계로 눈을 돌려 틈새시장을 공략하라’는 주문이 쏟아진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지 않겠느냐고 채근하기도 한다. 하지만 독특한 아이디어와 품질 경쟁력을 갖췄다고 곧장 바이어들의 주문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뜻’과 ‘길’ 사이에는 수많은 장벽과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2001년부터 본격 추진된 코트라의 지사화사업은 외국에 지사를 두기 버거운 중소기업들을 위한 맞춤형 마케팅 지원 수단이다. 본사 파견 직원과 현지 채용인력이 2인1조로 짝을 이뤄, 우리 중소기업 1600개사의 ‘시장개척 대리인’ 역할을 맡는다. 연간 220만~360만원 수수료를 내면 외국바이어 발굴 및 상담은 물론 현지 직원을 직접 고용해 독점 활용하는 세일즈렙 서비스, 자사 직원을 해외무역관에 상주시키는 마이오피스 서비스 등을 제공받는다.

다이아몬드공구업체 삼아다이아톱은 지사화사업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장을 개척했고, 최근 반덤핑제소를 당한 위기도 극복했다. 이 회사의 허성회(58) 사장은 건축재 대리석을 자르는 절삭공구 수요가 많다는 판단에 따라 재미동포 윤현식(31)씨를 통해 2004년 말부터 바이어를 찾아 나섰다. 윤씨는 “하루 열 번씩 전화와 팩스를 넣고, 약속을 안 잡아주는 바이어를 무작정 방문하는 ‘한국식 비즈니스’를 미국 땅에 적용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거래선을 넓혀가던 지난해 봄 위기가 찾아왔다. 현지 공구업계가 한국 업체들을 덤핑 혐의로 제소한 것이다. 반덤핑관세가 붙으면 11% 가량 가격이 뛰고, 시장을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의 기업들에 빼앗길 판이었다. 삼아쪽과 지사화 사업팀은 반년 남짓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바이어 설득에 나섰고, 케이비 다이아몬드 같은 업체들은 관세가 붙기 전에 구매량을 2~3배 늘려주며 화답했다. 덤핑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필요한 수량을 앞당겨 구매한 것이다. 최근 미국 무역위원회는 이 건에 대해 미국내 관련 산업의 피해가 없다고 최종 판정을 내렸다.

대림로얄보일러는 지사화 사업으로 성과를 거둔 뒤 지난 4월 직접 방글라데시에 전시장 겸 지사 사무실까지 낸 경우다. 섬유공장에 쓰이는 중대형 보일러를 만드는 이 회사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이 대거 국외로 이전하자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최적지로 여겼던 베트남에선 이미 대만 업체들이 터줏대감 행세를 하는 판이었다. 하지만 대림로얄과 코트라 무역관은 봉제산업만 있던 방글라데시에 2000년대 들어 방적 및 염색업체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특히 애프터서비스에 대해 불안해하는 기업들을 위해 현지인 엔지니어 파즐 아짐(32)을 고용한 것이 적중했다. 대림로얄의 정상봉(55) 사장은 “2004년 80만달러, 지난해 140만달러 규모로 수출을 늘렸고 올해는 240만달러 수출을 기대한다”면서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에도 추가로 지사화사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사화사업은 코트라의 광범한 국외조직망을 활용해 외국 바이어와 국내 중소기업을 일대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하지만 참여기업 모두가 성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연간 수백만원을 부담하고도 현지 무역관쪽에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는 중소기업들도 적지 않다. 방글라데시무역관의 권경무(40) 차장은 “시장동향 보고서를 만들어 달라, 바이어를 접촉해 결과를 알려달라는 등 끊임없이 코트라 직원들을 ‘귀찮게’ 만들어야 결실을 거둘 수 있다”고 귀띔했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사양산업도 수출 개척 가능”

신현길 코트라 지방사업팀장
신현길 코트라 지방사업팀장
“지사화사업은 단기성과에 집착합니다. 물론 거래에는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급하다고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죠. 또 사업관계를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할 바이어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수출에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1~3년 기간을 정해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신현길(50) 코트라 지방사업팀장은 지사화사업을 두고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틈새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실전형 처방”라고 자리매김했다. 지사화사업은 코트라가 가방, 의류 등의 타깃 아이템을 정해두고 불특정 다수의 기업들을 돕던 과거의 방식을 넘어서 특정 수출물품을 가진 기업의 국외거점 역할을 대신하며 수출계약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흔히 섬유라면 사양산업이라고 여기잖아요. 저는 2003년께 독일 뮌헨 무역관에서 근무하며 바이어와의 채널만 확보하면 섬유업종도 얼마든지 틈새 수출을 끌어낸다는 걸 느꼈어요. 당시 국외 진출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ㅂ통상과 함께 ‘패브릭 스타트’라는 전시회에 나갔습니다. 중국산 저가품보다는 품질이 좋지만 첨단제품이라 부르기 힘든 스판 소재를 들고 갔는데, 북유럽부터 터키까지 각지에서 온 바이어들이 큰 관심을 보이더군요. 마침 중간급 제품에 목마른 수요자들을 찾아낸 거죠.”

중소기업을 위해 국외 무역관을 두는 국가는 한국만이 아니다. 일본의 무역투자진흥기구(제트로)나 대만의 타이트라도 한국의 코트라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웃 나라들이 수년간에 걸쳐 시장조사부터 절차를 밟아가며 국외 진출을 추진하는데 반해 코트라는 일종의 단기 임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신팀장은 “두 가지 방식에 각각 장단점이 있다”면서도 “그때그때 수요에 따라 신속하게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이 우리 중소기업들에게 도움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임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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