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자이너·국산 원단
‘메이드인코리아’ 상표로 차별화
‘메이드인코리아’ 상표로 차별화
“원단, 디자인력은 우리가 우수하다. 저가 경쟁으로는 힘들지만 가게마다 디자인에 신경쓰고 국내산 비율을 유지하면 생존할 수 있다.”
동대문시장에서 만난 상인이나 디자이너들은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나름의 해법들을 내놓는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현실화하느냐다. 1970년대에 자연스럽게 의류산업 집적지로 형성된 동대문은, 최대 소비지인 서울 도심에서 기획-제조-판매를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90년대 초 아트프라자 등 도매상가들이 지방 소매상을 적극 유치하고 개점 시간을 앞당겨 남대문 상권을 제쳤고,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는 밀리오레 등 소매상가들이 디자이너들을 대거 유치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펴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현재 동대문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는 안팎의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겹쳐 있다. 그래서 탈출로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올해 들어 동대문 내부에서는 여러 주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대문의 부활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함께 모여 꿈꾼다=지난 5월 동대문시장에서 처음으로 노·사 단체들이 함께하는 ‘동대문패션산업발전센터’가 출범했다. 노동자 쪽은 패션디자이너그룹(대표 이기오)·참여성노동복지터(대표 전순옥)·서울의류업노동조합(대표 김정호)이, 사용자쪽은 동대문의류봉제협회(대표 라병태)·동대문총상인연합회(대표 이문성) 등이 참여했다.
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노·사·정 파트너십 구축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각 참여 단체들의 유기적 협력을 바탕으로, 국내 제조인력 및 디자이너가 한국산 원단으로 만든 ‘메이드인코리아 프리미엄 상품’을 개발한다는 목표도 눈길을 끈다. 우선 센터는 ‘메이드인코리아 프리미엄 상가’ 지정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동대문에서 공실률(빈 점포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상가 중 하나를 벤처기업으로 등록시켜, 세금 감면이나 저리 융자 혜택 등을 받도록 해 실력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창업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는 “세계가 경쟁하는 시대에 중국산을 아예 배제하자고 할 수 없지만 한국산과는 구분돼야 한다”며 “대신 엄격한 원산지 표시 관리체계가 구축돼야 하며, 메이드인코리아 상표에는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고 옷을 만들었다는 의미도 녹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패션산업발전센터 출범 한달여 뒤인 6월에는 ‘동대문패션혁신포럼’(회장 이승범)도 돛을 올렸다. 포럼은 2002년 동대문이 관광특구로 지정된 뒤 상가 대표들이 만든 ‘동대문관광특구협의회’를 모태로 해, 인터넷 쇼핑몰 운영업체 모임인 동대문디지털협회, 학계와 기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모였다. 포럼의 이사인 한성대 이우관 교수(경제학)는 “동대문패션혁신포럼은 지원기관·상인·연구기관·교육기관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신뢰를 쌓게 하는 구실을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간사를 맡고 있는 동타닷컴 신용남 대표는 “우수업체 20~30곳을 선정해 금융 지원과 공동마케팅 등을 통해 수출 활로를 찾는 게 단기적 목표로, 정부나 서울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대문과 개성공단과의 분업도 하나의 대안으로 꼽힌다. 개성공단에서 품질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의류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과제는?=‘동대문패션산업발전센터’와 ‘동대문패션혁신포럼’은 비슷해 보이지만 참여단체의 성격이나 역점 사업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동대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들을 조율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명숙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외국의 지역 산업단지 성공 사례를 보면 지역 업계, 노조, 지방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의견을 조율하면서 발전 모델을 만들어내는 틀이 있었다. 작은 업체들이 성공하려면 마케팅, 교육 등을 함께 모색하고 디자인 베끼기 같은 기회주의적 행위를 강력히 규제하는 대표성 있는 조직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양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대문의 겉은 빠르게 현대화했으나 무자료 거래 등 전근대적 구조가 남아 있다. 상인들은 여전히 사금융에 의존하는데, 금융여건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시도 패션산업을 서울형 신사업으로 지정하면서 2000년 서울패션센터를 설립하는 등 동대문 상권 지원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동대문에서 만난 많은 이들은 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자기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전명숙 박사는 “지역 노·사가 함께 발전 모델을 만들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박현정 임주환 기자 saram@hani.co.kr, 권세욱 인턴기자(성균관대 신문방송학4 )
전명숙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외국의 지역 산업단지 성공 사례를 보면 지역 업계, 노조, 지방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의견을 조율하면서 발전 모델을 만들어내는 틀이 있었다. 작은 업체들이 성공하려면 마케팅, 교육 등을 함께 모색하고 디자인 베끼기 같은 기회주의적 행위를 강력히 규제하는 대표성 있는 조직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양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대문의 겉은 빠르게 현대화했으나 무자료 거래 등 전근대적 구조가 남아 있다. 상인들은 여전히 사금융에 의존하는데, 금융여건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시도 패션산업을 서울형 신사업으로 지정하면서 2000년 서울패션센터를 설립하는 등 동대문 상권 지원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동대문에서 만난 많은 이들은 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자기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것 같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전명숙 박사는 “지역 노·사가 함께 발전 모델을 만들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끝>박현정 임주환 기자 saram@hani.co.kr, 권세욱 인턴기자(성균관대 신문방송학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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