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기자의 뒤집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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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일각에서 ‘에스케이텔레콤(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인가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정보통신부에 공동 건의문까지 냈다. 이들 업체는 건의문에서 “에스케이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 케이티(KT)와 에스케이텔레콤의 복점체제가 고착화한다”며 “경쟁 제한성이 심화하고 이용자 편익이 저해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건의문 내용만 갖고는 뭐가 어찌 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워 건의문을 낸 업체 가운데 한 곳과, 학계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특별히 왜 경쟁 제한성이 심화하고 이용자 편익이 저해되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 달라고 했다. 그들은 이름은 물론 소속 업체·기관도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먼저 그들에게 ‘에스케이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면 케이티(KT)와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할 수 있게 돼 경쟁이 활성화하고, 그에 따라 이용자 편익도 증대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에스케이텔레콤도 이런 논리로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케이티와 에스케이텔레콤이 이용자 편익 증대를 위해 경쟁할 것 같으냐?”고 되물었다. 그들은 “케이티와 에스케이텔레콤이 통신시장을 복점하는 순간부터 경쟁보다 답합할 방법을 먼저 찾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케이티가 에스케이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란다.
그들에게 다시 “담합을 시도할 것이라고 장담할 근거가 있느냐?”고 물었다. 에스케이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막아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서였을까. 그들은 “솔직히 말해 그동안에도 통신업체들은 수없이 많은 담합행위를 해 왔다”고 털어놨다. 그들의 ‘고백’을 들어보면, 통신업체들은 ‘먹을거리’를 자기들끼리 얼마 비율로 나눌 것인지를 놓고는 치열하게 싸운다. 하지만 이용자 몫을 떼어줘야 할 처지로 몰리면 똘똘 뭉친다. 요금을 결정하거나 정치권·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요금인하 요구를 받을 때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겉으로 경쟁하는 척하면서 물밑에서는 담합을 시도할 때도 있다.
그들은 몇 가지 사례도 들었다. 세 이동통신 업체가 문자메시지(SMS) 요금을 8년째 똑같이 건당 30원씩 받다가 같은날 똑같이 20원으로 내리고, 문자메시지에 대한 상호접속료(통신망 이용 대가) 역시 8년째 똑같이 건당 8원씩 주고받는 게 대표적이란다. 이동통신 3사는 주파수 대역이 달라 원가가 서로 다르다. 케이티에프와 엘지텔레콤의 휴대전화 요금이 10년째 에스케이텔레콤의 ‘귀밑’ 수준으로 유지되고, 기본료 비중이 높은 것 역시 똑같다. 그들에게 “공정거래위원회와 정통부가 보고만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들의 표정에 ‘이 양반 뭘 몰라도 한참 모르네’라고 짜증내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 말을 근거로 에스케이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딴죽 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정부는 통신업체들의 담합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통신요금 구조를 적극적으로 뜯어고칠 필요가 있고, 앞으로 통신요금 등에 대한 규제를 풀 때는 ‘규칙’과 사후 감시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는 될 듯싶다.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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