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생산·수출 현황
미 요구조건 너무 까다로워
‘가능성 0%’ 기약없는 약속
‘가능성 0%’ 기약없는 약속
“개성공단을 방문했던 미국 바이어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만 되면 20% 가격을 올려서라도 수입하겠다’고 했는데, 정부가 역사적인 기회를 놓쳐버렸다.”
개성공단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2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며 분개했다.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되면 특혜관세 혜택을 받아 연간 수억달러의 미국 수출길이 열리고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도 살릴 수 있는데,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협상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할 틀이 마련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협정 발효 1년이 되는 시점에 양국 공무원들이 ‘한반도 역외가공지역(OPZ)위원회’를 꾸려 어떤 지역을 지정할지 등의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서 개성공단이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집트 가자지구, 싱가포르의 인도네시아 빈탄섬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해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을 상대국의 자국산으로 인정해주는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바 있다. 우리나라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싱가포르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서, 국내산 직접재료비 비중이 60% 이상인 경우 국내산으로 간주해 특혜관세를 부여하는 원산지 특례조항을 관철시켰었다.
하지만 미국과의 약속이 ‘1년 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 정부의 행정조치성명(SAA)과 협정 부속서에서 역외가공지역의 대상으로 ‘개성공단’을 명시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미국이 요구하는 노동·환경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등 역외가공지역 지정 요건도 까다롭다. 위원회와는 별도로 미국 의회의 승인도 필요하다.
1년 뒤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건, 최근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보이는 태도다. 미국은 지난 6월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북한산 완제품은 물론이고 북한의 부품·서비스·기술이 들어가 있는 제품의 간접적인 수입까지도 금지했다. 이 때문에 북한 회사가 일부 밑그림 작업에 참여한 애니메이션 ‘뽀로로’가 미국에 수출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 진전 등을 역외가공지역 지정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할 경우, 개성공단 문제는 한발짝도 논의가 진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석영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는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처음부터 미국은 (개성공단은) 무역대표부가 아니라 정부 최고위층이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해왔다”며,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전했었다.
이런 이유로 야당과 시민단체 쪽에선 ‘기약 없는 약속’이라고 판단한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초 미국 의회를 방문해보니 여야 모두 ‘개성공단에 특혜관세를 주는 건 북한 미사일에 돈을 대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며 “미국 태도를 볼 때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내다봤다.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는 업체 123곳은 아직 기대를 완전히 버리진 않고 있다. 유동욱 개성공단기업책임자(대표자)회의 회장(대화연료펌프 대표)은 “미국이 이스라엘엔 역외가공지역을 인정해주면서 개성공단을 제외시키는 건 형평에 어긋난다”며 “1년 뒤 역외가공지역 인정을 양국 정부에 계속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