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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저탄소차 지원정책, 한-미FTA가 발목잡았다

등록 2013-02-06 20:22수정 2013-02-07 14:07

올 시행서 2015년으로 돌연 연기
알고보니 공문엔 “FTA 위반”
협정발효뒤 공공정책 첫 제동
지난해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뒤 처음으로 협정 탓에 공공정책이 제동 걸린 사례가 확인됐다.

 6일 국회 회의록을 보면,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시행이 늦춰진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명시돼 있다. 윤종수 환경부 차관은 지난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제도 시행 시기 연기를 요구하면서 “에프티에이에서 배출가스 유예를 해주는 게 있다. (중략) 여러 가지 차별을 두면 에프티에이 규정하고 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탄소 배출이 적은 차량을 구입할 때는 최대 300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많은 차량을 살 때는 최대 300만원의 부담금을 매겨 온실가스를 줄이는 내용의 이 제도는 애초 올해 7월 시행 예정이었다. 정부는 이를 위해 1515억원의 예산까지 책정했다가 지난해 11월 돌연 기존 입장을 바꾸면서 시행 시기를 2015년으로 늦췄다. 당시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대신 국내 자동차 업계와 지식경제부의 반발을 이유로 들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 뒤 협정 때문에 공공정책이 무산된 게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우체국보험의 한도 확대와, 굴착기의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건설기계 수급조절 정책도 자유무역협정과 충돌한다는 지적에 따라 제동이 걸린 바 있지만 협정 발효 이전이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지난해 8월 환경부 장관 앞으로 보낸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에 대한 의견’이라는 내부 문서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 위반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통합당 은수미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이 공문을 보면 “이 제도안은 미국-한국 에프티에이 협정을 위반하는 금지된 무역기술장벽이 될 수 있으며, 이런한 관점에 대해 미 당국도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한-미 에프티에이에 의거해 양 당사국이 합의한 의사록을 성급하고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이 제도안을 계속 고려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주장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내용은 2011년 재협상을 통해 합의된 것이다. 최근 이 재협상에 대해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정치외교학 교수 등 3명은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1·2월호에서 “한국이 안보를 위해서 자동차 등 핵심 조항을 양보했다”는 취지의 글(<한겨레> 2월6일치 14면)을 실은 바 있다. 두 나라는 재협상에서 자동차 연비 또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서는 ‘새 기술규정을 마련할 때는 비효과적이거나 부적절한 경우 도입할 수 없다’는 취지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은 “미국 기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근거로 우리 정부가 도입하려는 환경정책의 발목을 잡으려는 상황이다.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당초 계획대로 시행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법사위는 이달 말께 2015년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시행 등의 내용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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