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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대외원조의 미래를 묻다

등록 2011-12-04 20:34

이강국 교수의 경제산책
전세계 160개국과 국제기구의 대표 등 35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참여한 부산 세계원조 총회가 막을 내렸다. 참가자의 면면도 대단했던 이 회의의 의제는 국제 원조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신흥국과 민간부문을 포함한 포괄적인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회의 이후 채택된 부산선언은 원조를 받는 국가 사람들의 삶이 실질적인 발전으로 이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신흥국과 개도국 간의 새로운 개발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물론 이번 부산 총회는 원조물자의 구매 계약을 원조 제공 국가의 기업과 체결하도록 하는 구속성 원조의 철폐에 실패했고, 원조에서 유럽과 미국의 책임과 실천은 약화된 것으로 보이며,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갈등도 나타나는 등 여러 한계도 보여주었다. 특히 독재국가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중국의 원조방식은 서구 선진국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왔지만, 결국 남남협력의 경우 기존 선진국의 원조규범과 차별화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이번 회의는 원조정책의 개혁을 위한 오랜 노력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우선 경제위기로 인해 선진국들의 대외원조 노력이 축소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화당 대선후보들이 원조 축소를 주장하고 있고, 일본은 대지진 이후 원조예산을 축소했으며 유럽도 유로존 위기가 발등의 불이라 나라 밖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 반면 중국 등 신흥국은 막대한 외환보유고에 기초하여 공격적인 원조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외원조의 효과가 없었다는 반성과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원조의 실패 사례들은 무수히 존재하며, 경제학의 연구들도 원조가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실증적 근거가 별로 없다고 보고한다. 실제로 아프리카 등에서는 원조로 배를 불린 것은 기득권층뿐이어서 아예 그런 원조는 중단하는 편이 낫다는 목소리도 높다. 원조는 선진국의 가난한 국민들이 극빈국의 부자들을 돕는 일이라는 농담에 고개를 끄덕일 만도 하다.

게다가 원조 자체가 비효율적인 지대추구와 정치적 갈등 그리고 부정부패의 원천이 되어서 성장에 필수적인 제도의 발전을 가로막기도 한다. 또한 대외원조로 인한 외화의 유입이 환율을 절상시켜 장기적 성장에 필수적인 제조업의 수출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네덜란드 병’을 낳을 수도 있다. 이번 회의가 원조의 개발효과에 관한 국제사회의 여러 고민들을 더욱 발전시키고 그 미래에 관해 활발한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의미 깊은 일일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받다가 주는 위치로 성장한 한국 정부는 성공적인 개발 경험을 세계에 전파하고 원조금액도 4년 내에 2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대외원조를 위해서는 역시 세금을 내는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가 필수적이다. 사회복지 수준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이 원조지출도 높다는 사실은, 자국의 빈곤층을 잘 돕는 국민들이 다른 나라를 돕는 데도 더욱 너그러움을 보여준다. 효과적인 대외원조를 위한 노력과 함께 우리 안의 심각한 가난을 돌아보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리쓰메이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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