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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아베노믹스’ 칼 뽑은 일본

등록 2013-03-03 20:34

이강국의 경제산책
사무라이의 칼은 일본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하지만 에도 시대 이전의 사무라이들은 활과 창을 먼저 사용해서 싸우고 칼은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일본이 돌아왔다’라 외치며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이는 최근 일본의 모습은 늙은 사무라이가 칼을 드는 것과 같은 비장함조차 느껴진다.

아베노믹스의 3가지 기둥은 인플레이션 2%를 목표로 한 대담한 양적완화, 기동적인 재정지출, 민간투자를 촉진하는 성장전략이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을 통해 20년간 지속된 불황과 디플레이션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먼저 재정적자와 정부부채가 걱정이다. 일본 정부는 인플레와 경제회복을 통해 명목 국민소득이 높아진다면 그에 대비한 정부부채의 비중이 하락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90년대 일본 정부의 대규모 토건지출은 비생산적이었고 경제를 살리는 데 실패했다. 결국 적자재정으로 부채만 증가한다면 아베노믹스가 자신을 찌르는 칼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고령화에 대응하는 복지개혁이나 경제개방 등의 구조개혁은 지지부진한데다 중장기적 고려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높다. 나아가 경제가 살아나고 기업이윤이 늘어난다 해도, 임금이 상승하고 분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불만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경기회복이 개인소득의 실질적인 증가로 이어져 다시 수요를 진작하는 선순환이 아베노믹스의 성공과 정치적 지지를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다. 보수적인 아베 정부가 놀랍게도 대기업들에 임금인상을 촉구하고 노조에 임금인상을 위해 싸우라고 훈수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한편, 아베노믹스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양적완화와 함께 엔화 가치가 급속히 하락해 통화전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외국의 비판이다. 옛날 사무라이들은 상대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칼날이 자신을 향하도록 칼을 두었다지만, 아베노믹스를 보는 외국의 눈은 아무래도 편치 않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우려는 과장된 측면이 크다. 현재의 세계경제는 경쟁적인 관세인상과 금본위제 탈퇴로 통화전쟁이 촉발된 대공황 시기와는 전혀 다르다. 양적완화는 기본적으로 국내의 불황 탈출을 위한 수단이며, 경제가 회복되면 수입이 늘어나 세계경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의 통화전쟁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며 선진국의 좀더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높다. 물론 인플레와 자본유출 등의 우려로 통화정책에서 자유롭지 못한 신흥개도국은 걱정이 크겠지만 자본통제와 같은 방어책이 존재한다. 또한 2007년 이후 엔화의 실질가치 상승을 고려하면 일본을 비난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여러 우려들을 이겨내고, 사무라이 일본경제의 아베노믹스라는 칼이 디플레와 장기불황을 물리칠 수 있을까? 지금이야말로 일본 정부가 전설적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의 명언을 되새겨야 할 때다. ‘지금 싸우고 있는 적이 마지막 적이다. 싸움은 한번뿐이라고 생각하라.’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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