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의 경제산책
유명한 일화 하나. 포드자동차의 헨리 포드 2세가 노동조합 지도자 월터 루서와 함께 자동화된 공장을 돌아보며 물었다. “월터, 이 로봇들을 보게, 노동자들은 어디 있나?” 그러자 돌아온 대답, “헨리, 이 로봇들이 자동차를 살 수 있겠나?”
로봇이 경제학의 주목을 받고 있다. 로봇으로 대표되는 급속한 자동화와 정보기술의 발전이 최근 노동자의 처지를 악화시키는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국민소득 중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수십년 동안 안정적이었지만, 2000년 이후 하락 경향이 뚜렷하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이윤은 사상 최대로 높아졌고 투자도 회복되고 있지만 이는 자동화 등에 집중되어 실제 일자리는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이를 배경으로 로봇과 노동자의 갈등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교수도 이제 전체적인 소득불평등보다 노동과 자본 사이의 분배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그 원인으로 자본의 한계생산성을 높이는 기술변화를 지적한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 등은 연산능력과 패턴인식 기술 등의 발전으로 노동자들이 ‘기계와의 경쟁’에서 패배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수많은 로봇이 공장에서 활약하고 컴퓨터가 콜센터 전화를 받고 법률정보를 찾으며, 무인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소득불평등 악화 원인으로 기술혁신에 주목해 왔다. 특히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의 상대적 임금이 상승한 것을 볼 때, 소위 숙련 편향적 기술변화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매사추세츠공대의 오터 교수는 기술발전과 자동화의 효과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낳았다는 분석을 제시한다. 고소득 노동자와 숙련도가 낮은 서비스업 노동자에 비해 중간 정도의 숙련을 가진 노동자들이 자동화로 대체되기 더 쉬우므로 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변화를 넘어 사회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비판적인 학자들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1990년대만의 현상이며 정작 2000년대에는 상위층 노동자들의 상대적 임금만 높아져서, 기술과 소득분배의 직접적 관련이 미약하다고 반박한다. 사실 미국의 노동몫 하락은 1980년대 이후부터 시작되는데, 이는 기술혁신 외에도 세계화와 아웃소싱, 신자유주의 정책 등을 배경으로 한 노동에 대한 자본의 공세와 노동자 세력의 약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었다.
자, 무엇을 할 것인가. 역사에서 기계파괴 운동은 실패했고 노동자에게 문제는 언제나 기계의 사용 자체가 아니라 기계의 자본주의적 사용이었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은 로봇과 싸우는 대신 사회구조와 정책의 변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로봇의 시대는 사실 노동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지혜로운 대응을 필요로 한다. 대량생산과 함께 임금을 크게 올려 고도성장의 시대를 열었던 것은 바로 헨리 포드 2세의 할아버지였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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