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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일제의 경제적 유산이란

등록 2013-08-18 20:24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이강국의 경제산책
또한번의 광복절이 지났지만 일본 정부의 모습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여전히 과거의 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은커녕, 헌법 개정을 외치며 보수우익의 야욕을 드러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식민지의 슬픈 역사는 사실 우리만의 경험은 아닙니다. 개도국들 중 식민지가 아니었던 나라가 드물며,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제국주의에 의한 피지배의 역사는 우리보다 더 길고 끔찍했습니다.

식민지배가 식민지의 경제성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제국주의가 식민지를 수탈만 했다면 악영향이 크겠지만, 식민지 경제가 근대화된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입니다. 제도를 강조하는 학자들은 식민지의 서로 다른 역사를 강조합니다. 이들에 따르면,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는 지리적 조건과 질병 등으로 유럽인들이 정착에 실패하여 착취적 식민지가 되었고 성장이 정체되었습니다. 반면, 이들이 정착에 성공한 미국과 같은 식민지들은 제도의 발전과 성장에 성공했다는 거죠. 인기있는 이론이지만, 아프리카에서 온 제 학생은 그 경우 원주민들이 대부분 학살당하거나 사라졌으니 식민지 민중의 입장에서는 슬픈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편 여러 학자들은 식민지배가 아프리카의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합니다. 지도를 보면 아프리카의 국경선은 일직선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19세기 말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 쟁탈전 과정에서 인종 구성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그은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인종 갈등을 심화시켜 성장을 가로막았습니다. 또한 하버드대의 넌 교수는 아프리카에서의 노예 수출이 신뢰의 발전을 저해하여 경제성장을 정체시켰다고 보고합니다.

국내에서는 일본이 식민지 조선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가 열띤 논쟁의 대상입니다. 안병직 교수 등의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제시대에 인구와 1인당 소득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을 강조합니다. 식민지 시대에 철도 등의 인프라와 법·제도의 기초가 세워져 근대적 경제성장이 시작되었다는 것이죠. 그러나 허수열 교수는 이들이 1910년대의 부실한 통계를 사용해 일제 시기 경제성장을 과대평가했고, 당시 발전의 혜택은 경제를 지배했던 일본인에 집중되어 정작 조선인에게는 ‘개발 없는 개발’이었다고 비판합니다. 경제사 논쟁이 쉽게 끝나기는 어렵겠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일제 식민지배의 가장 큰 부정적 유산은 친일에 뿌리를 둔 정치·경제적 기득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인지도 모릅니다.

경제적 영향이 어찌되었건 식민지 민중의 자유를 억압한 그 모든 식민지배는 사죄해야 할 일입니다. 지난 6월 영국 정부는 국내외의 압력 속에서 1950년대 케냐를 지배할 당시 마우마우 봉기를 탄압한 데 대해 사죄하며 보상을 약속했습니다. 뒤늦은 일이지만 새로운 역사를 열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동아시아에서도 일본을 변화시키고 식민지배의 역사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할 때입니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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