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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2조 국고 손실에 정권실세 개입 의혹”

등록 2011-12-23 18:04수정 2011-12-29 16:40

한국투자공사의 메릴린치 투자 손실은 국회에서도 쟁점이 됐다. 2009년 10월21일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한국투자공사 구안옹 운용본부장이 답변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투자공사의 메릴린치 투자 손실은 국회에서도 쟁점이 됐다. 2009년 10월21일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한국투자공사 구안옹 운용본부장이 답변하고 있다. 자료사진
MB 인수위 시절, 투공 20억달러 투자 뒤 주가폭락
〈신동아〉 “이상득 의원 아들 이지형씨 가능성”
 이명박 정권 인수위 시절 공기업인 한국투자공사(KIC)가 미국 메릴린치사에 투자했다가 최대 1조8천억원의 국고 손실을 입은 일에 ‘정권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신동아> 1월호 인터넷판은 23일 지난 2008년 1월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사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가 주가 폭락으로 1조4천억~1조8천억원의 평가손이 발생하기까지 정권 실세 인척의 개입 가능성을 보도했다. 이 월간지에 따르면 당시 한국투자공사는 20억 달러라는 거액의 투자를 일주일 만에 결정했으며, 상급 부처인 기획재정부에 준법감시인의 서명도 없는 보고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한국투자공사의 서아무개 리스크관리팀장은 사내의 모든 부서장들에게 “이것(투자)은 큰일 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의 이아무개 보좌관은 <신동아>에 “현 정권실세 쪽이 개입한 외압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배 의원은 지난 2008년 국감에서 메릴린치 투자에 계약 당사자인 한국투자공사와 메릴린치 이외에 ‘제3의 세력’이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할 당시 메릴린치가 한국의 모 회사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했다. 메릴린치에 한국 자금을 끌어들인 역할은 메릴린치의 임원이던 한국계 넬슨 채가 맡았는데 그와 함께 한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 사람이 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즉 한국의 한 회사에 대한 투자의 대가로 한국투자공사의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아무개 보좌관은 이 문제의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여권 실세의 가족”이라고 <신동아>에 말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그 회사 대표라는 분이 한국투자공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사람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죠. (여권 실세인) OOO과 관련되어 있잖아요”라고 답했다. 그는 OOO과 관련이 있다는 게 친인척이냐는 추가 질문에 “그래요”라고 이 매체에 말했다.

 <신동아>는 이 실세의 가족이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45)씨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동아>에 따르면, 메릴린치 투자 건을 실무적으로 검토해 20억달러 투자를 품의한 책임자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으로 알려진 구안 옹(Guan Ong) 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CIO)이었다. <신동아>는 “구안 옹씨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아들인 지형씨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보였다. 두 사람은 2009년부터 싱가포르의 헤지펀드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었다”며 입수했다는 한 사정기관 문건을 공개했다.

 <신동아>는 입수 문건에서 ‘BRIM(Blue Rice Investment Management) Pvt. Ltd.’라는 회사에 “이지형씨와 구안 옹씨가 함께 등장한다”며 “2009년 구안 옹씨는 한국투자공사에서 나와 싱가포르에서 브림(BRIM)이라는 헤지펀드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에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가 ‘Jay Lee’라는 이름으로 마케팅담당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보도했다.

 문건은 ‘Jay Lee’에 대해서 “(이지형, 이상득 의원의 장남)”이라고 표기하고 그의 이력을 “Senior Director of Marketing” “2009~2009 : Goldman Sachs Korea 자산운용 대표 역임, 세일즈와 마케팅 담당” “2002~2007 : Macquarie-IMM 자산운용 코리아 대표(2000년 설립), 설립 파트너” “1993 :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MBA 학위 취득” “1990년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이라고 기록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공사 관계자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투자는 일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으며 외압은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메릴린치와 같은 큰 투자 건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는 기관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받는 쪽에서 제안이 들어온다”며 “메릴린치도 2008년에 우리 쪽에 이야기해서 검토를 거쳐 투자를 했으며 우리 뿐 아니라 쿠웨이트 인베스트먼트를 비롯 미주, 일본의 기관들이 함께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투자 검토 기관이나 리스크관리팀장의 메일 등도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통 이렇게 큰 투자는 메일로 토론을 하게 된다. 리스크관리팀장은 리스크 관리의 입장에서 반대하는 메일을 보낸 것은 맞지만 이는 통상적인 절차”라며 “일주일만에 투자 결정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12월 중순 검토에 착수해 1월 중순에 결정이 나 한달 동안 검토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공사는 당시 투자한 메릴린치사 주식을 현재도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2009년 1월 메릴린치사가 뱅크오브어메리카(BOA)에 합병됨에 따라 BOA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현재 실적에 대해 관계자는 “아직도 회사 주가가 회복이 안 된 상황이라서 (평가손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부 digitalne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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