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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앨리스 암스덴과 한국경제

등록 2012-04-01 21:05

[이강국 교수의 경제산책]
지난 3월14일 매사추세츠공대(MIT)의 경제학자 앨리스 암스덴이 68살로 운명을 달리했다. 경제발전론의 새 장을 연 그는 가장 유명한 비주류 경제학자의 하나로 평가되며, 한국과도 각별한 연을 맺고 있었다.

1989년 출판된 <아시아의 다음 거인>이라는 저작에서 그는, 한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이 산업정책과 금융통제, 수입보호 등 강력한 국가 주도로 이루어졌음을 생생하게 보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그의 연구는 동아시아의 기적이 자유화와 무역개방 덕분이라는 주류 경제학의 통념을 깨뜨렸고, 이른바 개발국가론의 확립에 선구적 구실을 했다. 그의 혜안은 한국 정부가 사회집단으로부터 자율적이고 발전지향적이었으며, 수출성과에 기초한 지원으로 대기업을 성공적으로 규율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물론, 그의 연구는 국가주의에 경도되어 독재정부와 재벌의 문제점, 그리고 사회관계를 간과했으며, 정부-기업 관계의 역동적 변화에 대한 분석이 모자랐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그의 책이 출간된 1989년은 이미 한국 정부가 재벌을 규율은커녕 규제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개발국가론의 연구 덕분에 이제는 세계은행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경제발전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부정하지 않으며, 최근에는 여러 새로운 연구들이 발전되고 있다.

성급한 금융개방으로 1997년 금융위기를 맞은 한국 경제는 다시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압력과 주류적 시각의 득세 속에서 한국은 기존의 동아시아 모델을 스스로 집어던지고 영미식 모델을 쫓아왔지만, 신자유주의의 공과는 후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암스덴은 이미 1994년 ‘영미식 자본주의의 유령이 한국을 떠돌고 있다’는 글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미국유학파 경제학자들이 학계와 정부를 지배하며 미국식 정책을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재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금융자유화가 자본의 집중을 더욱 강화시켰다는 지적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많은 주류 경제학자들과 관료들은 자유화와 개방을 지지하는 친기업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진보진영은 좀더 복잡한 모습이다. 박정희 모델의 유산을 극복하고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지만, 주주자본주의의 폐해가 더 큰 문제이며 재벌해체 대신 복지국가가 대안이라는 주장도 제시된다.

선거를 앞두고 진정한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새로운 경제발전모델에 관한 생산적 논쟁이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노동세력의 강화와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에 기초한, 재벌의 지배도 시장의 지배도 그리고 관치도 아닌, 새로운 민치경제의 상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의 과거를 분석한 것은 주류경제학을 넘어선 암스덴의 통찰이었지만, 한국 경제의 미래를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한국 경제학자들의 몫이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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