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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총선·재벌·야구의 상관관계는

등록 2012-04-29 22:24

이강국 교수의 경제산책
민주진보진영의 패배로 끝난 총선 결과에 대해 표정관리를 하면서 내심 흐뭇하게 웃은 이들은 누구였을까.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야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수세에 몰렸던 재벌들이었을 것이다. 동네상권을 파괴한다거나 빵집 등 힘겨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영역까지 침범한다고 거센 비판을 받은 것이 바로 선거 직전이다. 심지어 친재벌 여당에서조차 재벌개혁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가. 아무튼 야권의 패배로 재벌들은 한숨 돌린 셈이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대표선수이긴 하지만 재벌의 문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경영부실을 책임지지 않는 총수일가, 하청기업들을 쥐어짜는 불공정한 관행,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문어발사업 그리고 민주정치를 왜곡하는 정치적 영향력 등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불황과 불평등이 심화되는데도 대기업들이 성장의 이득을 독점하는 현실은 제대로 된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를 촉구하고 있다.

심지어는 프로야구에서도 재벌의 탐욕이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제9구단으로 창립된 엔씨(NC) 다이노스팀이 내년부터 1군 승격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최근 롯데 등 몇몇 팀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신생 구단의 실력이 걱정되고 후원기업이 대기업이 아니라 구장 건설 등의 지원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엔씨는 창원시와 함께 구장 확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고 이미 2군 리그에서 훌륭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정작 재벌팀의 대구구장은 지은 지 수십년이 지나 무너져가지만 새 구장 건립은 오랫동안 말뿐이다. 결국 새 구단에 대해 주로 경상도 재벌팀들이 몽니를 부리는 것은, 재벌들은 서민들의 영역에 마구 진출하면서 자신의 기득권은 조금도 내주기 싫다는 것 아닌가.

이제 야구팬들과 선수들이 직접 나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선수협의회는 제9구단의 리그 진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세계야구클래식(WBC)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많은 팬들도 경제뿐 아니라 야구조차 독점하려는 재벌팀들의 움직임에 비판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는 이런저런 눈치만 보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야구장 밖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노동자 스스로와 시민들의 압력만이 오만한 재벌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재벌개혁을 넘어 금융자본주의를 제어하고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우리 모두의 적극적 정치참여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번 총선의 결과는 그래서 더욱 아쉽다. 경제민주화와 민생 문제를 야권 스스로 크게 외치지 못했다. 하지만 야구가 그렇듯 선거의 승패도 병가지상사 아니던가. 중요한 것은 패배를 반성하고 더 큰 승리를 얻는 것이다.

“나는 승리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러나 패배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1905년 월드시리즈에서 세번이나 완봉승을 거둔 크리스티 매슈슨의 명언이다. 민주진보진영에 그대로 들려주고 싶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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