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업계, 협상팀에 바란다
최대수혜 완성차 등 대기업
“중 내수시장 확실히 열어야”
최대수혜 완성차 등 대기업
“중 내수시장 확실히 열어야”
농업엔 ‘재앙’, 중소기업엔 ‘위협’, 대기업엔 ‘새로운 기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산업계 전반에서 미리올 ‘충격파’가 감지되고 있다. 협상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산업계는 칠레·미국보다 훨씬 가까운 중국에서 농축수산물이 물밀듯 싼값으로 들어올지, 아니면 자동차·전자 등 대기업들이 세계 최대 잠재시장의 문을 더 열 수 있을지 협상팀의 행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 농업 ‘중국산 쓰나미’ 막아라 유럽연합과 미국에 이어 중국까지 개방되면, 농축수산물의 무려 70% 이상이 시차를 두고 무관세 헐값으로 밀려 들어오게 된다. 특히 중국은 고추·마늘 같은 양념채소류, 콩·팥 같은 식량작물 등 모든 작물이 우리와 겹치고, 지리적으로 가까워 농업계가 느끼는 불안감은 대단히 크다.
어명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낮은 수준의 개방’을 제안하며 “양국이 모두 농촌의 피폐화를 원치 않는 만큼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을 존중하자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농업정책 싱크탱크인 지에스앤제이(GS&J)의 이정환 이사장은 “5~7년에 걸쳐 몇몇 품목을 개방해본 뒤 영향평가를 거쳐 추가 개방협상에 나서는 ‘중간평가형 협상’ 추진”을 제안했다.
■ 중소기업 ‘최대한 유예를’ 중소기업들도 한·중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내수기업 300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반대’(32%)가 가장 많았고, ‘5년 뒤’(24.3%), ‘2~3년 이내’(22.7%), ‘4~5년 이내’(11%) 등의 순이었다. 심지어 중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도 ‘빠를수록 좋다’(25.6%)는 응답이 많았지만 ‘반대’(22.1%), ‘5년 뒤’(15.3%) 등 하지 말거나 천천히 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섬유를 비롯해 유리·플라스틱·타일·조명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농업에 준하는 민감품목으로 분류해 장기간 관세 양허 제외 또는 유예 등을 요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김태환 통상진흥부장은 “어차피 체결해야 한다면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해당 품목에 대해 관세 양허 유예 기간을 최대한 길게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자동차 등 대기업 ‘얻을 건 얻어야’ 자동차와 철강 등 중국에 견줘 상대적 우위에 있는 업종의 기업들도 주판알을 빠르게 튕기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완성차 업계는 이번 협상에서 완성차 부문이 민김품목(관세 인하 예외 품목)으로 분류되지 않는데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농산물과 자동차를 바터(상호 교환)하는 경우는 피해야 하는 최악의 수”라고 했다. 그는 “농산물 보호 대가로 중국 자동차 내수 시장을 열지 못하면 얻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석유화학업계도 이번 협정의 수혜 업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중국 시장 수요가 둔화되고 있고, 중국 업체들이 대대적인 설비·생산량 증설을 진행하고 있어 협정 체결 효과가 얼마나 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지만 (수년 뒤가 될) 협정 발효시점에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며 “관세 인하 일정을 잘 조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산업팀 종합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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