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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소득 불평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등록 2012-05-13 20:32

이강국 교수의 경제산책
지난해 가을 월가를 점령한 채 ‘우리는 99%다’라고 외쳤던 시위대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이들은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상위 1% 월가 금융가들의 탐욕을 지목하고 불평등한 현 체제를 비판했다. 실제로 상위 1%의 소득이 전체 미국의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위기 직전인 2007년 약 24%에 이를 정도로 급등했는데, 이는 공교롭게도 대공황 직전의 수치와 똑같은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불평등이 금융위기의 뿌리였을까? 최근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듯, 경제학자들도 금융위기와 소득 불평등 심화 사이의 관계에 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먼저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그의 책 <폴트 라인>에서 소득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과연 정부의 의도가 정말 그랬는지는 상당히 의문스럽다.

복잡한 수학을 사용한 주류 경제학의 설명은 국제통화기금(IMF) 학자들로부터 나왔다. 이들의 모델은 노동자의 협상력 약화로 인한 소득 불평등이 가계부채 증가를 가져왔고 그것이 금융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었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여러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더욱 가난해진 하위계층이 기존의 소비수준을 유지하거나 혹은 더 부자가 된 이들의 소비를 따르기 위해 빚을 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이제 학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으며 많은 연구들이 뒤따르고 있다. 14개국의 역사적 자료를 검토한 한 실증연구는 금융위기는 신용의 증가와 관련이 크지만, 소득 불평등의 심화가 신용증가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없다고 보고한다. 그러나 각국과 시대의 구조적인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분석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한편, 비주류 경제학은 80년대 이후의 금융자본주의에 관해 소득분배를 포함하는 구조적인 분석을 제시해 왔다. 이들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70년대의 경제위기를 노동자에 대한 억압을 통해 극복했지만 그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이에 따라 임금과 총수요가 부족해지자 금융의 팽창을 통해 수요를 지탱했으나 그 또한 지속불가능했다. 데이비드 하비 뉴욕시립대 교수는 자본축적을 가로막는 한 장애를 우회하기 위한 해결책이 언제나 또다른 장애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한다.

자본주의의 불평등과 위기에 관해, 앞으로 주류와 비주류를 가로지르는 더 많은 연구가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국제통화기금 학자들의 모델도 거의 잊혀진 비주류 경제학자 마이클 칼레츠키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이다. 더 최근에는, 불평등이 최상위 부자들의 투기적인 금융활동을 자극했고, 금융자본을 위한 높은 실질금리가 부채비율을 높이는 데 결정적이었다는 분석들도 제시되고 있다.

이 주제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997년 금융위기와 구조조정 이후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급격히 악화되었고 상위 1% 소득의 비중도 크게 높아졌다. 이와 함께 개인저축률은 급락했으며 가계부채는 급등하여 이미 900조원을 뛰어넘었다. 다시 한번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소득불평등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리쓰메이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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