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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제민주화, 불편하십니까

등록 2012-07-29 20:21

이강국의 경제산책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가 대세다. 대선주자들이라면 너도나도 공평, 정의, 평등, 그리고 복지를 외친다. 물론 그 속내와 실천을 위한 의지는 제각각이겠지만 5년 전 대선과 비교하면 상전벽해와도 같은 변화다. 경쟁, 효율, 그리고 성장 등의 시장주의 프레임은 급속히 힘을 잃어버린 듯하다. 이러한 변화를 보며 분명 누군가는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충격 앞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는 또한 기존의 경제학이 사회적 동물로서 공평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무시했다는 자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학에서 ‘전형’으로 삼고 있는 이기적인 인간)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해진 금액의 돈을 피실험자들 사이에 자의적으로 나누도록 하는 최후통첩 게임, 독재자 게임 등의 실험들은, 인간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만큼 공평함에 민감하며, 우리 모두는 호혜적 인간임을 잘 보여준 바 있다.

더 나아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악을 구분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10년 예일대의 블룸 교수는 태어난 지 6개월이 지난 아기들에게 언덕을 오르는 빨간 공을 도와주는 노란 네모와 그것을 방해하는 녹색 세모를 보여주었는데, 아기들은 노란 네모에 훨씬 더 큰 호감을 보였다. 사람들은 아기 때부터도 정의로움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공감과 도덕 감정은 동물조차도 마찬가지다. 쥐를 대상으로 한 오래전의 실험은 먼저 쥐가 레버를 누르면 음식을 주게 한 뒤, 다음에는 쥐가 레버를 누르면 때로는 음식을 주고 때로는 다른 쥐에 전기충격을 주도록 했다. 그러자 쥐들은 이전보다 덜 먹는 대신 다른 쥐에게 고통을 덜 주는 선택을 했다. 2011년 발표된 다른 연구도 쥐들이 갇혀 있는 동료에게 도움을 주고 과자를 나눠먹는 행위를 한다고 보고한다. 흥미롭게도 첫번째 실험에서 영장류는 배고픔을 더 많이 참았다. 연약한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게 된 것은 역시 사회를 이루고 서로 돕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중한 지혜를 망각하고 지난 30여년 동안의 체제는 사람들을 이기적인 존재로만 생각했으며, 시장에 무한한 자유를 부여하면 성장과 효율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기득권층의 권력강화와 함께 이러한 사상과 사회제도가 세상을 지배해 왔다. 그러나 스티글리츠가 최근 저작에서 역설하듯, 그로 인해 불평등이 엄청나게 확대되었고 시장을 제어해야 할 민주주의마저 위험에 빠졌다. 미국에서 이 ‘불평등의 대가’는 바로 금융위기 그리고 미국의 몰락이었다.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건대, 불평등과 불공정이 미국보다 더한 한국에서 경제민주화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혹시 경제민주화가 대세가 되어 심기가 불편하다면 공평함과 정의로움을 지향하는 내면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이라면 동물에게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도 잊지 말자.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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