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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올림픽과 도박

등록 2012-08-12 20:28수정 2012-09-09 20:36

이강국의 경제산책
지구인들의 축제인 올림픽은 도박산업의 축제이기도 하다. 런던올림픽과 관련된 영국의 합법적 도박시장 규모만 약 1800억원에 이른다는 보도가 있었다. 심지어 누가 성화를 봉송할 것인가도 베팅의 대상이 되었는데, 아무도 예측하지 못해서 환불사태가 생기기도 했다.

도박의 역사는 올림픽보다 훨씬 더 길다. 미래를 예측하고 승부를 거는 쾌감은 인간의 디엔에이(DNA)에 새겨져 있는 것일까. 로마의 귀족들은 콜로세움의 경기를 보며 돈을 걸었고 수천 년 전 벽화는 내기를 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내기에 사용된 선사시대의 뼈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가 하늘을 지배하게 된 것도 주사위를 굴려서 결정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제 카지노나 복권뿐 아니라, 결과가 불확실한 세상의 모든 게임을 대상으로 매일 도박판이 벌어지고 있다. 축구든 야구든 올림픽이든, 모든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수학 천재들은 카지노에서 거액을 벌었고, 미국에는 야구의 확률과 통계를 연구하는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라는 분야와 관련 학술지도 존재할 정도다.

도박이 언제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파스칼이 확률론을 발전시킨 계기도 도박에 관한 질문이었고 수학자들은 카드게임을 연구하고 분석한다. 최근에는 내기를 거는 군중의 지혜를 시장에 모아 미래를 예측하는 ‘예측시장’도 발전하고 있다. 야구 등 스포츠 경기 결과를 대상으로 한 라스베이거스 스포츠베팅 시장이나 선거의 후보들을 주식처럼 사고팔아서 결과를 예측하는 아이오와 전자시장 등이 유명하다. 물론 예측시장의 결과가 별로 신통치 않다는 보고도 있으며, 심지어 2008년 미국 대선 때는 후보진영에서 시장을 조작하려는 사례조차 있었다.

아무튼 스포츠만큼이나 도박도 인류의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복권을 포함한 전세계의 도박산업은 불황에도 꾸준히 성장하여, 그 규모가 무려 500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엄청난 세금의 원천이니 많은 정부들이 도박산업을 부추기며, 페이스북도 온라인도박산업에 참여를 선언했다. 그러나 도박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듯이, 도박산업이 너무 커지면 사회가 병들기 마련이다. 한국의 불법 사행산업의 규모는 합법 사행산업의 3~5배인 50조~90조원에 이른다고 추정된다. 게다가 도박중독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수가 200만명이 넘는다는 통계는 우리 사회의 도박병이 매우 심각함을 보여준다.

인생이란 원래 ‘돈 놓고 돈 먹기’라며,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인생역전 한방을 꿈꾸는 것은 이해할 만도 하다. 자본주의의 꽃인 금융시장이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올림픽이 주는 감동은 역시 결과에 상관없이 선수들이 고생하며 흘린 땀방울과 노력 그 자체이다. 베팅으로 날밤을 새우는 이들의, 행운과 일확천금이라는 꿈은 아무래도 올림픽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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