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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소 방귀에 세금 매기는 ‘더운 지구’

등록 2012-08-26 19:16수정 2012-09-09 20:36

이강국의 경제산책
열대야가 끝없이 이어진 올여름은 지구온난화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더웠다. 지구는 정말로 급속히 뜨거워지고 있는 것일까.

산업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 주장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을 것이라 예측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보고서는 비판을 받았고, 노벨평화상을 받은 앨 고어는 사기 혐의로 고소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구온난화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폭염과 기상이변이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엄밀한 과학적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온난화에 회의적이던 연구자조차 지구온난화를 지지하는 연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더 올라가면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이 불편한 진실에 대응하는 인류의 노력은 지지부진하다.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후변화협약을 맺고 1997년 교토의정서를 채택했지만 그 성과는 실망스럽다. 교토의정서 체제는 미국이 비준을 거부하고, 주요 신흥국들은 참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겨우 연장하기로 합의되었지만 일본이나 러시아 등 주요국들은 거의 탈퇴상황이다.

최근에는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수단으로 온실가스의 배출권리를 할당하고 나머지를 거래하도록 하는 배출권거래제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를 두고도 논란이 있다. 유럽에서 시행된 이 제도는 배출권 가격이 너무 낮고, 무상으로 과다하게 나누어진 배출권으로 기업들이 큰 이윤을 얻었으며, 금융자본에 의해 투기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몇몇 국가들은 정부가 직접 탄소세를 도입했고, 심지어 소의 방귀에 세금을 매기는 나라조차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러니, 황산염을 하늘에 뿌리는 등의 지구공학이라 불리는 기술이 해결책이라는 주장마저 제시된다. 그러나 이 또한 부작용이 클 것이며 가치관이나 제도 변화 없이 기술에만 기대는 자세는 아무래도 옳지 않다.

더욱 불편한 진실은 인류가 조만간 성장이냐 절멸이냐라는 딜레마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1990년에서 2010년까지 전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45% 증가했는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에 따르면 재앙을 피하려면 2050년까지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2010년에 비해 약 3분의 2나 줄여야 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낙관적인 시나리오들을 따르더라도 이를 위해 세계경제의 성장률은 2% 미만에서 거의 마이너스여야 한다. 실제로 2009년 대불황 때에야 비로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러시아가 1990년에서 2005년 사이에 온실가스 배출을 3분의 1이나 줄인 것도 실은 경제 붕괴 덕분이었다.

결국 성장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고는 지구온난화를 멈추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인류가 오래오래 살아남기 위해 단지 생활방식의 변화를 넘어 성장 위주인 경제의 작동방식을 극복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름이 가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고 지구에 대한 걱정을 잊어서는 아니 될 일이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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