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륩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최근 한화투자증권 전·현직 이사 6명과 홍동옥 한화그룹 고문에게 회사에 12억67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04년 3월 한화투자증권이 보유하던 대한생명의 주식매입 콜옵션을 무상으로 ㈜한화, 한화건설에 넘겨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이들에게 물은 것이다.
전문경영인인 이사들이 자신이 속한 회사의 이익보다 총수의 이익을 위해 더 복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화투자증권은 손해를 봤지만, 김승연 회장 등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한화로서는 그만큼의 이익을 봤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이런 문제는 있었다. 2010년 정몽구 회장과 김동진 현대모비스 전 부회장은 법원으로부터 7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부실 계열사인 현대우주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정 회장이 부담하는 보증채무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현대모비스가 여기에 참여한 것은 배임행위라고 판단했다. 전문경영인인 김동진 전 부회장이 회사가 손실이 가는데도 유상 증자에 참여해 사실상 정 회장의 손실을 줄이는데 협력한 책임을 물은 셈이다.
이런 행태들은 전문경영인이 독립성을 갖추기 힘든 재벌 체제에서 연유한다. 창업자로부터 이들의 2, 3세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구조에서 전문경영인이 제대로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에선 신격호 총괄회장이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아들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뿐 아니라 맏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등도 경영에 참여해왔다. 재벌 체제에서 총수 일가는 종신으로 그룹 경영권을 좌우하면서 형제가 번갈아 회장직을 맡기도 하고, 총수 가족끼리 경영권을 다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범죄를 저지른 총수의 옥중 경영은 물론 사면을 받지 못해 기업 내 법적 지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의 ‘회장님 경영’이 이뤄지는 것도 흔한 풍경이다. 전문경영인의 독자적인 경영판단이 총수 일가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강윤식 강원대 교수(경영)는 “재벌 체제에서 전문경영인은 기업가치 극대화, 주주가치 제고 등의 목표가 아닌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 더 노력하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