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10일 오후 압수수색을 실시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서울 평창동 자택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롯데 비자금 수사
“총수 집 수색은 전례 없는 일”
대우조선·최은영 등 영향 촉각
“총수 집 수색은 전례 없는 일”
대우조선·최은영 등 영향 촉각
검찰이 10일 롯데그룹 수사에 본격 착수하자 재계는 수사 배경과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분식회계와 경영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도 자율협약 신청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미리 팔아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등 대기업을 정조준한 수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검찰이 재계 5위 롯데그룹을 정조준하고 나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경제5단체에 속한 한 임원은 “롯데에 대한 전격적 압수수색은 너무 의외여서 모두들 깜짝 놀랐다”며 “검찰이 비리 혐의와 관련해 대기업 회장의 자택을 직접 조사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그만큼 혐의가 분명하거나 의지가 강하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겉으로는 검찰이 법에 따라 수사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 없지 않냐면서도, 정권 말기마다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방지와 정권 지지율 높이기 차원의 ‘재계 사정’이 되풀이된다는 식의 반응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도 법을 어기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고, 검찰도 나름 혐의를 갖고 수사하지 않겠냐”면서도 “역대 정권 말기마다 불어닥친 재계 사정 정국이 재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단체 임원은 “롯데는 이명박 정부에서 제2롯데월드 건립 등과 관련해 특혜를 받은 것으로 소문난 기업”이라면서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으나 큰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그냥 지나갔는데, 이번에도 이명박 정부 쪽의 비리 캐기와 연관이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계는 롯데 수사가 기업 이미지를 나쁘게 하고, 수사가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되거나 장기화할 경우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반기업 정서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는데 롯데의 비자금 조성이 확인될 경우 그동안의 노력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제5단체의 고위 임원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와 고용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사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신속하게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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