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계열사 사장들이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쇄신안을 발표했다.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롯데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 비록 검찰이 핵심 의혹인 신 회장의 비자금 혐의를 찾아내지 못했지만, 롯데는 지난해 7월 ‘형제의 난’ 이후 지금까지 검찰 수사를 거치면서 ‘황제경영’의 온갖 폐해를 다 드러냈다.
신 회장이 이날 발표한 쇄신안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내놓은 쇄신안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검찰 수사로 중단된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롯데호텔 상장 외에 윤리경영을 위한 회장 직속의 준법경영위원회 설치와 그룹 정책본부 축소 등이 추가됐다. 또 ‘2020년까지 아시아 10대 그룹 도약’이라는 목표를 수정하겠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양적 성장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와 산업생태계를 고려하는 질적 성장으로 경영철학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그동안 비리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된 재벌 총수들이 국면 전환을 위해 면피용 쇄신안을 내놓은 사례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다.
황제경영은 비단 롯데만이 아니라 대다수 재벌들의 문제다. 마침 국회에 재벌 총수의 전횡을 감시·견제하기 위한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소액주주 권한 강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여야는 재벌 개혁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상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