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비자금 수사
신동주쪽, 수사 계기 주주 설득
이달말 롯데홀딩스 정기 주총서
신동빈쪽 이사진 해임 ‘승부’ 걸듯
신동주쪽, 수사 계기 주주 설득
이달말 롯데홀딩스 정기 주총서
신동빈쪽 이사진 해임 ‘승부’ 걸듯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겨냥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신 회장과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에 진행 중인 경영권 다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신 전 부회장은 이달 말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이번 수사를 빌미로 신 회장의 이사직 해임을 또다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운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를 방문해,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홀딩스 임원 해임을 시도했다. 이른바 ‘형제의 난’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당시 롯데홀딩스는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오히려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언론을 통해 장남인 자신이 롯데의 후계자라는 게 아버지의 뜻이라는 주장을 줄곧 폈다. 하지만 그는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지분 확보에서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8월과 올해 3월 열린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은 신동빈 회장의 지배를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지난해 10월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과 거처가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을 접수해, 아버지에 대한 접근을 독점하며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를 갖췄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가 고령인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며 법원에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하면서 결정적인 위기를 맞게 됐다.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는 순간, 신 전 부회장은 동생과의 싸움을 이어갈 수 있는 명분을 모두 잃게 되기 때문이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신 총괄회장은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지난달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지만, 입원 나흘 만에 무단 퇴원했다. 판단력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예정대로 검사를 받으면 될 일이었기 때문에 신 총괄회장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패색이 짙어가는 가운데 검찰이 신동빈 회장을 겨냥한 수사에 나선 만큼 신 전 부회장은 이달 말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서 승부수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미 신동빈 회장 등 현 이사진을 해임하는 안건을 지난 3월에 이어 또다시 제출해놓은 상태다.
롯데그룹은 롯데홀딩스를 지배하면 롯데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현재 신 전 부회장은 자기 지분 1.6%, 신 총괄회장 지분 0.6%, 광윤사 지분 27.65% 등을 모두 합쳐 33.8%의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다. 2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종업원지주회를 자기 편으로 끌어오면 롯데홀딩스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종업원지주회는 넘어오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0일 일본에서 “창업 이후 최대 위기상황이라는 중대성에 비춰 정기주총에 앞서 롯데홀딩스 및 종업원지주회에 대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긴급협의의 장을 설치하길 요구한다”는 내용의 긴급성명을 냈다. 검찰 수사를 계기로 신 회장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며 다시 종업원지주회 설득 작업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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