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출국 후 사흘 만에 롯데그룹 압수수색
검찰, 당장 소환 안 할듯…“2주 정도 다른 조사 진행”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이 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롯데그룹 전반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외국에 머물러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귀국했다. 검찰은 당분간 자료 분석과 측근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가닥을 잡은 뒤 신 회장 소환 일정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2시40분께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입국한 신 회장은 기자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면세점과 백화점 입점업체들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사전에 신 이사장의 비리를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몰랐다”고 답했다.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앞으로도 주주총회와 추가 소송을 통해 경영권 다툼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벌이기 사흘 전인 지난달 7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이후 미국으로 이동해 롯데케미칼과 미국 화학회사 엑시올이 합작한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뒤 지난달 25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 참석했다. 신 회장은 주총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출한 자신에 대한 해임안을 부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주총 이후 일주일 동안 일본에 머물며 금융기관 등 주요 거래처를 대상으로 주총 결과와 국내 사정에 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신 회장을 당장 불러 조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지난달 10일과 14일 롯데 계열사 16곳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그동안 총수 일가의 자금 관리를 담당한 전·현직 임원들을 소환해 조사해 왔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부자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정책본부 비서실 소속 이일민·류제돈 전무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검찰은 신 회장의 ‘가신'으로 꼽히는 이인원 부회장과 황각규·소진세 사장 등 그룹 정책본부 핵심인물들을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 신 회장 소환조사는 이들을 부른 다음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2주 정도 다른 조사를 진행한 뒤에 신 회장을 불러도 부를 것이다. 신 회장에 앞서 조사할 내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수조원대 손실을 본 중국 사업에서 배임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고, 여러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도 횡령 및 배임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를 수입하는 과정에 일본 롯데물산을 끼워넣어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지급했고, 이 중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됐다는 의혹의 중심에도 신 회장이 있다. 검찰 수사가 초미의 관심사인 제2롯데월드 건설 인허가 로비 의혹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느냐도 결국 신 회장에 대한 조사에 달려 있다.
유신재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디스팩트 시즌3#7_롯데 비자금 수사, MB 정권 실세들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