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인터넷 독립언론 가 보도한 ‘이건희 삼성 회장 성매매 의혹 동영상’에 성매매 장소로 등장하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고급 빌라.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촬영자들, 삼성과 CJ 쪽에 이메일로 금품 요구
<한겨레>에도 금품 요구했으나 ‘취재보도준칙’에 따라 거절
<한겨레>에도 금품 요구했으나 ‘취재보도준칙’에 따라 거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심’ 동영상은 애초 금품 요구용으로 제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물론이고, ‘형제 그룹’ 격인 씨제이(CJ)그룹도 수억원의 돈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동영상은 당시 현장에 있던 여러 여성들 가운데 한 명이 가방에 ‘몰래 카메라’를 숨겨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부터 어떤 목적을 가지고 비밀리에 찍었다고 볼 수 있다.
22일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동영상과 관련해 2012년 삼성그룹과 씨제이그룹에 금품을 요구하는 메일이 전달됐다. 당시는 고 이맹희 씨제이그룹 명예회장이 아버지인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차명 상속재산을 돌려달라며 동생인 이건희 회장 쪽과 소송전을 벌이던 무렵이다. 삼성그룹 쪽이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을 미행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때다.
동영상 촬영자들은 이를 이용해 두 그룹 쪽에 직접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메일로 삼성 쪽에는 “씨제이 쪽으로 동영상이 넘어가면 치명적일 것”이라고 위협하는 동시에, 씨제이 쪽에는 “삼성과 원한이 있어 되갚으려 한다”는 취지를 밝히며 동영상 제공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중국을 근거지로 삼아 한국을 오가며 ‘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 촬영자는 물론 동영상을 건네받은 이들은 재중동포 억양을 사용해 재중동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금품을 요구하는 이메일에 중국 이름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동영상의 일부를 첨부해 금품을 요구한 이메일의 발신자 이름이 ‘리커창’ 혹은 리커창이라는 활자를 영문으로 친 ‘flzjckd’를 쓴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삼성에는 임원 2명의 이메일로, 씨제이 쪽에는 최고위층에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리커창은 중국 총리 이름이다. 당시 이 회장의 빌라에 간 것으로 나오는 여성들 중 1명이 촬영하고, 이를 가지고 남성 2~3명이 거래를 시도하고 다닌 것으로 보인다.
씨제이 쪽은 이같은 금품 요구를 거절했다고 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들이 동영상 제공을 대가로 수억원을 요구했지만, 씨제이 쪽에서는 이런 동영상을 갈등에 이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동영상 촬영자들이 이 회장이 어릴 때 쓰던 이름을 알고 있는 등 삼성에 대해 조사를 꽤 해놨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금품 요구에 대한 삼성 쪽의 대응 방식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당시 동영상 촬영자 쪽이 접촉했다는 설이 도는 삼성의 두 임원은 “접촉한 적이 없다. 이메일 존재 여부조차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동영상 촬영자들은 지난해 하반기 <한겨레>에 금품 제공을 대가로 동영상을 제공하겠다고 접근해 왔으나, <한겨레>는 ‘금전적 보상을 전제로 한 취재원의 정보 제공이나 협조를 받지 않는다’는 ‘한겨레 취재보도준칙’에 따라 이를 거절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