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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 행방 의혹 커져

등록 2016-07-28 01:23수정 2016-07-28 09:10

삼성특검 당시 퇴진성명 발표 때
“유익한 일에 쓰겠다” 약속…1조 추정
실명화했지만 사재출연 8년째 감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심 동영상’ 촬영 장소인 서울 논현동 빌라의 전세자금 13억원이 2008년 삼성 특검 결과 드러난 차명계좌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당시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 회장이 2008년 4월22일 ‘대국민 사과 및 퇴진 성명’에서 차명재산에 대해 누락된 세금을 납부한 뒤 남는 돈을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으나,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행을 하지 않아 비판이 일고 있다.

삼성 특검 수사 때 드러난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총 4조5373억원(2007년 12월 평가 기준)으로, 예금 2930억원, 주식 4조1009억원, 채권 978억원, 수표 456억원 등이다. 삼성은 이듬해인 2009년에 차명으로 돼 있던 삼성생명·전자·에스디아이(SDI) 등 계열사 주식 2조1천여억원은 실명 전환을 완료했다. 이 주식의 실명 전환은 이 회장의 지배권 강화에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이건희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지만 당시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한테서 받은 차명재산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향후 경영권 승계 시 불거질 차명재산 문제를 미리 차단하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차명재산 가운데 예금, 채권 등 현금성 자산은 이 회장 재산으로 돌리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을 잘 아는 관계자는 “실명 전환 과정에서 일부가 자기 재산이라고 우기는 경우도 있었고, 일부는 자식에게 상속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는 아예 회수하지 못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도 “일부가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자신 소유라고 주장해 사실관계를 입증한 뒤 실명으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재 출연 약속이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더구나 이 차명재산 일부가 이번에 드러난 것처럼 엉뚱한 곳에 사용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4년 뒤인 2012년에 김인 전 삼성에스디에스(SDS) 사장 명의로 논현동 빌라 전세계약에 들어간 자금도 이 중 일부로 추정된다.

이 회장의 사재 출연 대상 금액은 벌금, 누락된 세금 등을 제외하면 1조원가량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7일 삼성은 차명재산의 사용처에 대한 질문에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과거에도 <한겨레>에 “(이 회장이) 깊은 고민을 하는 것 같다”(2011년), “언제 어떻게 출연하는 것이 가장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인지 연구하고 있다”(2014년)고만 밝혔다.

김상조 소장은 “그동안 사재 출연과 관련해 ‘생각은 하고 있고 계획이 필요하다. 이재용 체제가 안정될 때까지 봐달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 회장이 약속한 것인 만큼 이행 계획을 조속히 발표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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