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보도한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동영상’에서 성매매 장소로 등장하는 논현동 빌라.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삼성 “특검 때 밝혀진 차명계좌 돈” 시인
8년전 실명전환·기부 방침 밝혔지만
일부 재산 약속과 달리 ‘사생활’에 써 논란
삼성 “차명계좌는 2014년 실명전환 모두 마쳐”
8년전 실명전환·기부 방침 밝혔지만
일부 재산 약속과 달리 ‘사생활’에 써 논란
삼성 “차명계좌는 2014년 실명전환 모두 마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심 동영상’ 촬영 장소 가운데 한 곳인 서울 논현동 빌라의 전세자금 13억원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특별검사 수사 때 드러난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나온 것이라고 삼성 관계자가 밝혔다. 이 회장이 2008년 대국민 사과에서 약 4조5천억원에 달하는 차명재산의 실명 전환과 일부 기부 방침을 밝힌 지 4년이 지나서도 일부 재산을 실명 전환하지 않고 부적절한 곳에 사용했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27일 “김인 전 삼성에스디에스(SDS) 사장이 전세계약에 쓴 13억원은 2008년 삼성 특검 때 밝혀진 차명계좌에서 지출됐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논현동 빌라를 2012년 3월 전세계약을 했다가 그해 9월 해지한 것으로 등기부등본에 기재돼 있다. 이 관계자는 “당시에는 실명 전환을 하지 않아 김 전 사장이 잘 몰랐던 것이고, 2014년까지 모든 차명계좌의 실명 전환을 마쳤다”며 “일부 차명계좌 소유자들이 자기 재산이라고 우기는 바람에 이를 이 회장 돈이라고 입증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삼성 쪽의 이런 설명은 전세자금 13억원이 회사와 관련없는 이건희 회장 개인 돈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회장은 2008년 4월 ‘대국민 사과 및 퇴진 성명’을 발표하면서 차명재산 실명 전환과 사재 출연 방침을 밝혔다. 성명에는 “특검에서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는 과거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신탁한 것으로 이번에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한다. 이 회장은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고 하면서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자고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실명 전환은 더디게 진행됐고, 차명으로 보유한 돈의 일부는 대국민 사과 때 약속한 것과는 달리 ‘사생활’에 쓰인 셈이다.
삼성 특검으로 드러난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총 4조5373억원(2007년 12월 평가 기준)으로,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 486명 명의로 된 1199개 차명계좌로 관리됐다. 예금 2930억원, 주식 4조1009억원(삼성생명 주식 2조3119억원 포함), 채권 978억원, 수표 456억원이다. 당시 이 회장의 발표는 1조원가량을 사회에 내놓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여졌다.
김인 전 사장 명의의 전세계약은 2014년 11월 금융실명제법 개정으로 차명계좌 실소유주와 명의 대여자까지 처벌 범위에 포함시키기 전에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만약 제3의 부동산 계약자가 김 전 사장 몰래 위임장을 작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전세계약을 맺었다면 사문서 위조 혐의가 될 수 있다. 논현동 빌라 소유자인 배아무개씨는 <한겨레>에 “당시 어머니가 계약해 누가 와서 계약했는지 정확하게 모르지만 외국계 기업인이라고만 들었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전세계약에 대해 처음에는 “모른다”고 했다가 나중에 “개인적으로 빌린 것”이라고 말을 바꾼 바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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