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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성, 다시 불거진 ‘오너 리스크’…“총수 견제 필요” 목소리

등록 2016-07-24 18:58수정 2016-07-24 19:36

비자금·편법승계 사건 파문에도
사생활-기업활동 엄격히 구분안돼

전문가 “황제경영의 단면 보여줘
시스템 통해 감시할 구조 만들어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심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삼성그룹의 ‘오너 리스크’가 다시 불거졌다. 2014년 5월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경영권이 완전히 승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수의 성매매 의혹까지 제기돼 ‘대한민국 대표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원들은 토요일인 23일에 이어 24일에도 출근해 사태의 추이와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공식 입장은 22일 “이 회장과 관련해 물의가 빚어진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 이 회장의 사생활에 관한 문제여서 회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고 밝힌 것 외에는 아직 없는 상태다.

삼성은 2005년 정치권과 검찰에 대한 금품 로비를 논의한 내용의 녹취록이 폭로된 ‘안기부 엑스파일’ 파문으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공개된 비자금에 대해 특별검사 수사가 진행돼 이 회장은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당시 “잘못된 관행과 구습을 단절하고 올바르고 투명한 경영”(2005년), “경영 투명성을 더 높이고 정도경영, 윤리경영을 실천”(2008년) 등을 약속했다. 이 회장은 삼성에스디에스(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에 자녀들에게 몰아줘 편법 승계를 도모한 혐의 등이 인정돼 2009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삼성가가 여전히 오너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 김인 전 삼성에스디에스 사장이 이 회장의 ‘안가’로 쓰인 서울 논현동 빌라의 전세계약자로 등장하고, 여성들이 받은 수표가 우리은행 삼성타운 지점에서 발행된 점 등을 감안하면 ‘사생활’에 회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거두기 어렵다. 삼성그룹 쪽은 “이 회장의 사생활과 회사 영역은 엄격히 구분된다”고 밝혔지만, 이 회장의 사생활을 관리하는 비서팀은 삼성 쪽에서 급여를 받는다. 김인 전 사장은 이 회장의 비서실 출신으로, 편법 경영권 승계에 동원된 삼성에스디에스 사장을 역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그룹 내 ‘친위부대’를 사생활에 동원했다는 의심이 나온다. 황제 경영의 단면을 보여준 것으로 총수가 내부 통제 시스템을 통해 견제와 감시를 받는 구조를 만들 필요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파문은 한국 재벌의 ‘일그러진 민낯’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에스케이(SK)그룹 총수 일가인 최철원 전 엠엔엠(M&M) 대표의 ‘맷값 폭행사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등에서 보는 것처럼 재벌가는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여왔다. 지난해에는 두산그룹 창업 4세 사장이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을 받고, 에스케이그룹 최태원 회장은 혼외관계를 고백하는 등의 도덕성 문제도 불거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셋째 부인 쪽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와 사생활을 구분하지 못하는 재벌의 문제점을 보여줬다. 송원근 경남과학기술대 교수(산업경제학)는 “재벌들은 과거부터 ‘법 위의 존재’라는 모습을 줄곧 보여왔고, 이번 동영상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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