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제보자의 은신처라고 지목한 컨테이너박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제공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지난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심 동영상을 제보한 사람들과 두 차례 만났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제보자들이 <뉴스타파>가 공개한 것 외에도 추가 동영상을 보여줬으며, 삼성 관계자들과 수 차례 만났다는 주장을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25일 경기도 부천 송내동 노조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삼성일반노조는 삼성 계열사 노동자, 사내하청 노동자, 해고자 등을 망라하는 초기업노조로, 김 위원장은 20여년간 삼성 내 민주노조 건설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겨레>는 김 위원장이 제보자들과 나눈 대화내용의 진위를 정확히 가리기는 어렵지만, 김 위원장이 제보자와 찍은 사진과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갖고 있고, 성매매 의심 동영상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점을 감안해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봄 제보자들한테서 처음 연락을 받고 경기 안성시에서 잠깐 만나 노트북에 담긴 동영상의 일부를 봤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해 9월17일 두 번째 연락을 받고 안성에 있는 제보자들의 ‘은신처’(콘테이너박스)를 직접 방문했다고 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노조 간부 2명과 동행했고, 제보자 쪽에서는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이아무개(39)씨와 선아무개(46)씨, 그리고 마을 주민 1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김 위원장은 26일 이 은신처를 다시 방문했으나,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오른쪽)이 제보자 이아무개씨와 찍은 사진.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제공
김 위원장은 이들과 5~6시간 대화를 나눴으며, 제보자들이 이 회장의 동영상 자료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는 “제보자들은 <뉴스타파>에서 공개한 자료 외에 의혹을 뒷받침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다수 보여줬다”며 “이씨는 2007년부터 동영상을 찍었으며, 보여준 동영상은 전체 자료 중에서 일부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이씨가 동영상을 보여주며 삼성 직원들을 적시해서 설명했다”며 “이 회장이 외출할 때마다 손을 잡아주는 모습이 일반에도 자주 노출된 남자 수행직원과 여비서 역할을 하는 인물을 지목해서 설명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이씨가 삼성그룹 인사 등을 직접 만났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인근 등에서 수차례 삼성과 만났으며, 심지어 미래전략실 소속의 2명이 안성의 은신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직접 찾아와 비밀 유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은 이와 관련해 “돈을 요구하는 협박 전화를 받았지만, 내용이 황당해서 대응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또 “이씨가 돈을 목적으로 동영상을 찍은 것이 아니다”, “동영상을 줄테니 이를 무기로 삼성 백혈병, 노조운동 탄압문제를 해결하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김 위원장은 올해 2월을 포함해 두 차례 더 은신처를 찾아갔으나 동영상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김 위원장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내용에 대해 아는 바 없어, 회사 차원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씨제이그룹은 “2012년께 이씨와 선씨가 동영상을 사라는 제안을 해왔는데 당시는 유산상속 문제로 삼성과 소송 중이어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거래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해, 제보자들이 돈을 목적으로 동영상을 찍지 않았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얘기를 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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