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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긴장한 롯데…신동빈 구속땐 경영권까지 ‘위태’

등록 2016-09-20 16:24수정 2016-09-20 17:15

신씨 일가, 지주사 일본 롯데홀링스 지분구조 취약
구속 여부에 따라 대표 자리 박탈당할 가능성도

신동빈 회장이 검찰에 출석한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빌딩 20층 롯데그룹정책본부 사무실은 자리가 듬성듬성 빈 채로 착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지난 6월 검찰이 그룹 비자금 수사를 시작하면서 초래된 사실상의 경영 공백 상태가 신 회장 조사 결과에 따라 악화할 수 있어 임직원들은 긴장하며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신 회장의 구속 여부다.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롯데는 씨제이 등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다른 재벌그룹과 달리 경영권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탓이다. 롯데그룹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복잡한 지배구조다.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지분을 실질적으로 90% 넘게 가지고 있는 곳은 일본 롯데홀딩스다. 신 회장은 이 회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지만, 지분은 1.4%에 불과하다. 신씨 일가의 회사인 일본 고준샤(광윤사·28.1%)의 지분을 합해도 과반이 되지 않는다. 신 회장은 그동안 종업원지주회(27.8%), 그린서비스·미도리상사를 비롯한 관계사(20.1%) 등의 우호적 지분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구속이 결정되면 경영권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롯데 쪽 우려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의 기업문화에서는 대표이사의 유죄가 확정적일 경우 곧바로 사임하거나 이사회를 통해 해임하는 게 관례로 알고 있다”면서 “신 회장이 구속되면 일본 홀딩스가 이사회와 주총을 열어 신 회장을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럴 경우 사실상 경영에서 영향력을 잃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제외하면 일본 롯데홀딩스의 남은 경영진은 쓰쿠다 다카유키 공동대표를 비롯해 전부 일본인이다. 롯데는 일본계 기업이라는 세간의 오해나 부정적 이미지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계열사의 한 임원은 “일본 법정이 아니라 한국 법정에서 벌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신 회장 구속 여부가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확률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점치면서도 “만에 하나 최악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 이후 올스톱된 굵직한 사업계획들도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추진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 본사 및 신 회장 집 압수수색으로 수사가 시작된 지난 6월10일 신 회장은 미국에 머물며 롯데케미칼의 미국 석유화학기업 액시올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었다. 신 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으로 추진해온 인수·합병의 단일 건 중 가장 큰 규모인 3조원대 계약이었으나 곧바로 계획을 철회했다. 프랑스, 체코 등 유럽 쪽 호텔 체인과 면세점 인수 계획도 대부분 보류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가깝게는 재허가 실패로 문을 닫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을 다시 열기 위해 오는 10월4일 입찰제안서 접수를 앞두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날 신 회장 검찰 출석과 관련해 “고객과 협력사 피해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신뢰받는 투명한 롯데가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심정으로 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은형기자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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