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으러 나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소환 조사 뒤 엿새 째인 26일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아직 검찰쪽 움직임이 없는 거 보니 구속영장 청구까지는 힘든 거 아닐까 싶다.” (롯데그룹 아무개 임원)
9월23일, 지난 금요일 오후까지만 해도 롯데그룹과 계열사 임원들은 검찰 조사를 받은 신동빈 회장의 미래에 대해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롯데그룹 수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검찰이 지난 20일 신동빈 회장을 불러 조사했으나, 그 뒤로 나흘이 지났음에도 구속영장 청구 등의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기업 총수 등에 소환 조사 뒤 2~3일 뒤 구속영장 청구 또는 불구속 기소 등을 결정하곤 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26일 오전 신동빈 회장에 대해 1700억원 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있다며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사실이 알려진 뒤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한 후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도록 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롯데그룹의 임원들은 검찰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롯데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은 “가까이서 모셔본 바로는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을 해오면서 비자금 조성 등을 일절 하지 않는다는 철학이었고, 투명하게 경영을 하려고 노력해왔다. 이게(비자금 부분)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인데 구속영장 청구까지 간 것은 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경영권 분쟁 등으로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이 나왔는데, 그런 부분의 오해도 검찰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의 다른 한 임원도 검찰이 당초 겨냥한 비자금 조성 의혹은 확실히 드러난 것이 없지 않냐며 억울한 심정을 나타냈다. 그는 “검찰이 비자금 조성 의혹을 명목으로 수사에 나섰지만 관련한 수사 결과는 미미하지 않으냐. 오히려 신 회장은 계열사 기업공개 등을 추진하면서 그룹 전체를 투명하게 경영하려 노력한 바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3달 넘게 수사를 진행하면서 그 방향을 틀었다. 검찰이 지난 6월10일 롯데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뒤 수사팀 관계자는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혐의가 있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9일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의 성격은 비자금 수사가 아닌 경영 비리와 관련한 수사”라며 다른 입장을 내놨다.
한편,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그룹의 투명성을 더욱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겠냐는 내부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은 “이번을 기회로 삼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워야 할 것이고, 그룹 경영과 운영 시스템을 더욱 투명하게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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