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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기업한테까지 완력 휘두르는 ‘경제 일방주의’ 우려

등록 2017-01-18 23:15수정 2017-01-19 11:09

[트럼피즘-세계를 흔든다] ②위협받는 자유무역

‘미국 우선주의’ 따라 보호주의 노골화
미 통상 관련 3대 기구 수장 강경파 입성
“강달러가 문제” 환율 갈등 본격화 예고
팔 비틀린 기업들 앞다퉈 미국 투자 약속

핵심 타깃 중국과의 통상마찰 커질 듯
1, 2위 무역상대 다툼 한국에 불똥 예상
시진핑 “무역전쟁, 누구도 승자 못돼” 반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하기도 전부터 개별 기업에까지 압력을 행사하고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노골화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일방주의 행보를 주로 외교·안보 분야에서 보였던 조지 부시 행정부의 수준을 넘어 경제 분야로까지 확장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세계 경제질서가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각)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주요 통화들에 견줘 1.3%나 떨어졌다. 트럼프 당선자가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달러가 너무 강하다”며 “강달러가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한마디 한 것에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그는 중국과의 무역 문제에 대한 질문에 “미국 기업들이 (강달러와 위안화 약세로 중국 쪽과) 경쟁하기 어렵다”며 이렇게 밝혔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하자마자 달러당 12원 내려가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취임식을 사흘 앞두고 나온 트럼프의 발언은 통상 문제에 관한 기조를 분명히 하는 동시에 세계 경제에 본격적으로 ‘완력’을 휘두를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미국 기업의 해외투자나 멕시코 등 외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미국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트럼프에게 이미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호응하거나 굴복하고 있다. 월마트는 17일(현지시각) 새 매장 59곳을 개설하고 기존 매장을 확대해 올해 1만개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 계획을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올해 미국에서 1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고 멕시코 생산시설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제약사 바이엘은 미국 종자업체 몬샌토를 합병하면서 6년간 8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도요타 등 자동차업체들은 멕시코 공장 신설 계획을 철회하고 미국에 공장을 만들거나 투자를 늘리겠다는 등의 약속을 내놨다.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신설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등 3대 통상 기구 수장을 대중 강경론자 등 보호주의 성향 인사들로 채워 ‘통상전쟁’의 전열을 정비해놨다. 미국 안팎의 싱크탱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통상정책 노선을 ‘반글로벌리즘’·‘경제민족주의’·‘중상주의’로 규정하며 경고 메시지를 내고 있다. 미국은 2차대전의 폐허를 교훈 삼아 1945년 브레턴우즈체제를 출범시키며 자유무역 중심의 세계 경제질서의 큰 흐름을 주도해왔다. 1995년대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상품교역과 자본시장의 세계화를, 이어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자유화의 범위를 서비스 분야로 확장해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세계 경제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지 여부에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18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외국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거나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따위의 극단적인 보호주의 정책을 취하면 국제사회가 구축해온 규칙과 질서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강경한 통상정책은 타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의 핵심 타깃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17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포럼 개막 기조연설에서 “무역전쟁에서는 누구든 승자가 될 수 없다”며 트럼프의 보호주의에 견제구를 날렸다. 시 주석은 “보호주의는 스스로를 어두운 방에 가두는 것과 같다. 그러면 비바람은 피하겠지만 빛과 공기로부터도 차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히려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자유무역의 옹호자가 되는 기묘한 상황이다. 앞으로 미-중의 G2 간 경제전쟁이 본격화할 경우 양국을 1, 2위 무역 상대국으로 삼고 있는 한국 경제와 한국 기업들도 불가피하게 여기에 휘말릴 것으로 보여 ‘생존 공간’ 확보책이 시급해졌다.

고나무 조일준 기자 dokko@hani.co.kr

▶ [트럼피즘-세계를 흔든다] ① 글로벌 외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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