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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FTA 활용한 개성공단 제품 수출은 왜 좌초 위기인가?

등록 2017-06-16 14:25수정 2017-06-16 19:15

Weconomy | 김양희의 경제통합 풀어보기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좌초위기에 처한 독특하고 원대한 정책실험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새 정부 출범 이후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이 솔솔 피어오른다. 물론 아직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은 엄준한 상황이나,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그래서, 이즈음에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한국은 2017년 5월 기준, 52개국과 15건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시켰고, 중미 6개국과 1건의 FTA를 타결해 가서명을 마친 상태다. 그런데 여기에는 산업통상뿐 아니라 외교안보 및 남북정책이 복잡하게 연계된 독특한 고차 방정식이 하나 숨겨져 있다.

2003년 이후 우리 정부가 체결한 15건의 FTA 중 개성공단 가동 이전 체결된 한-칠레 FTA를 제외한 14건에서 한국의 FTA 네트워크를 통해 51개 FTA 상대국에 개성공단산 제품이 수출되도록 특혜를 주는 원산지규정(Rules of Origin)을 마련했다. 만일 이것이 본궤도에 오르면 이는 FTA라는 통상정책을 통해 국내 한계기업의 점진적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화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나아가 ‘뉴노멀 시대’에 직면한 한국경제의 마지막 돌파구라 할 수 있는 남북경협의 토대를 닦는 데도 기여하게 된다.

외교정책적으로는 체제와 이념을 달리하는 분단국가의 한 축(북한)이 다른 축(남한)을 매개로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되는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통해 북한이 자연스레 시장경제와 국제무역규범을 학습하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실험장이 된다. 이는 원칙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의 최혜국대우(Most Favored Nation Treatment) 원칙에 위배되는 남북거래의 특수성, 나아가 남북경제통합의 국제법적 승인을 위한 발판도 마련하는 것이 된다.1) 통일 이전의 동서독과 달리 남북거래의 특수성을 아직 국제적으로 공인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 점의 의미는 절대 적지 않다. 이뿐인가? 안보면에서는 51개국과 복잡하게 연계되는 개성공단은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평화통일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야심 차고도 독특한 정책실험은,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좌초위기에 놓였다. 이것이 비단 북핵 문제 때문일까, 아니면 5·24 조치 때문일까.

개성공단 폐쇄 전인 2015년 8월 기준 이곳엔 124개 기업과 70여개의 영업소가 입주해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남북 간 긴장 고조로 개성공단 사업도 표류함에 따라 공단 가동실적은 초라한 수준이었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 중 수출이 활발했던 기업은 25개 정도로 전체 기업의 약 20%에 불과하다. 2014년 말 기준 개성공단 생산총액의 3.3%만이 수출돼, 최고조였던 2006년(26.8%)에 비해 1/8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수출실적 가운데 FTA 역외가공지역 조항을 활용해 특혜관세 혜택을 받은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국내로 반입된 개성공단산 제품이 내수용인지 수출용인지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수출실적이 전액 역외가공규정에 따라 특혜관세 혜택을 받고 수출한 것이라 해도 규모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표1] 개성공단 생산 및 수출 현황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폐쇄된 지 1년 4개월이 지난 개성공단의 재개 가능성은 커졌지만 북핵 문제로 그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언급하는 것이 생뚱맞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FTA 협상 테이블에서 개성공단 제품의 수출을 위해 지불한 비용을 매몰 비용이라 포기하고 돌아서기엔, 위에서 말한 야심차고 원대한 실험이 가져올 열매를 체념하기 어렵다. 그래서 개성공단이 재개되거나 제2 개성공단이 건설될 경우에 대비해, 지금이라도 왜 무엇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건지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라도 찬찬히 그러나 철저히 되돌아봐야 한다.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FTA의 개성공단 관련 규정

어떤 나라와 FTA를 체결하면 그 나라에 수출하는 모든 제품이 자동적으로 무관세나 저관세 등 특혜관세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은 그렇지 않다. 제3국 제품이 은밀히 FTA 체결국산 제품으로 둔갑해 엉뚱하게 관세 혜택을 받는 소위 ‘무역굴절 효과’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FTA는 체약국 내 즉 역내 상품과 역외품을 구분하고자 특혜원산지규정을 두고 있다. 이처럼 특혜원산지규정에 의해 관세 혜택 자격을 획득한 역내 상품을 원산품(originating goods)이라고 한다. 원산품이 되려면 개별 품목마다 까다롭게 적용되는 품목별 원산지규정(PSR)을 충족해야 하며 이와는 별도로 누적기준, 최소가공기준, 역외가공인정, 대체가능 물품, 간접재료 등의 보충적 원산지 결정기준이 있다. 이 중 역외가공인정(Outward Processing)이 개성공단과 관련된 것이다.

특혜원산지 규정상의 역외가공인정이란 생산품의 원산지 판정 시 FTA 체결국을 벗어난 역외에서 생산 가공된 제품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원산품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즉 한국이 체결한 14건의 FTA에서 개성공단 혹은 북한 전역에서 생산된 물품이 해당 FTA 각각에서 합의한 역외가공규정을 맞추면 한국 원산품으로 간주해 50여개 FTA 상대국에 저관세 혹은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이 맺은 14건의 FTA에서 개성공단 조항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위의 역외가공방식으로, 싱가포르, EFTA, ASEAN, 인도, 페루, 콜롬비아, 베트남, 중국과의 FTA에서 이를 채택했다. 이들 FTA에서 개성산 제품이 한국산 원산품이 되는 요건은 역외(개성) 부가가치 40% 이하이며, 역내(한국)산 재료비는 45%(한-싱가포르 FTA)~60% 이상(한-싱가포르 FTA 외 7건)이다. 둘째는 한-싱가포르 FTA에서만 유일하게 역외가공방식과 함께 도입한 통합인정(ISI)방식이다. 이는 당사국이 합의한 일정 품목은 역내산으로 인정하는 가장 느슨하고 활용도가 높은 방식이다. 셋째는 미국, EU,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터키와의 FTA에서 발효 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 요건을 논의하기로 한 위원회 방식이다.

그렇다면 개별 FTA의 관련 규정은 어떻게 되어있고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정부 공식문서와 협정문, 선행연구 그리고 정부 및 입주기업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토대로 살펴보자.

한-싱가포르 FTA에서는 역외가공방식과 함께 유일하게 가장 유연한 통합인정방식이 적용됐고 허용품목도 4625개(HS 6단위)로 가장 많다.2) 하지만 싱가포르는 6개 품목을 제외한 전 수입품목이 무관세라서 한국이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한 첫 FTA라는 상징성은 크되 실질적인 의미는 반감된다.

한-EFTA FTA에서는 역외가공규정에서 역외산 투입재료가치를 최종상품 공장도가격(EXW)의 10% 이하로 하는 기존 FTA 중 가장 엄격한 규정을 만들어 개성공단에 적용 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3) 이는 이미 EFTA가 저임 주변국을 역외가공지역으로 활용하고 있어 오히려 이들 지역으로부터의 저가품 수입 증가를 우려한 우리 정부가 수세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ASEAN, 인도, 페루와의 FTA에서는 개성공단 제품의 수입이 상대국 산업에 피해를 초래할 경우 피해입증의무도 없이 일방적으로 특혜를 정지하고 그 기간도 연장할 수 있게 하였다.4) 나아가 협정 발효 5년 후 상대국이 이 규정이 자국 이익에 손상을 준다고 판단할 경우 재량으로 폐기하며 이와 관련한 분쟁은 분쟁해결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도 포함했다. 이 조항은 특히 ASEAN과의 FTA에서 문제 될 수 있다. ASEAN은 남한의 주요 수출시장이며 국내기업의 투자도 활발해 동아시아 생산 네트워크가 나름 구축되어 있어 이 조항이 남용될 경우 북한-남한-ASEAN 간 글로벌 가치사슬 형성이 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ASEAN 역내 국산 제품이 개성공단산 제품과 경합관계에 있다고 보는 ASEAN의 동 규정 도입에 대한 강경한 반대 입장이 한몫했다. 결국 이 사안은 협상 막판까지 난항을 거듭하다 위와 같은 절충안에 이른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개성공단의 역외가공지역(OPZ) 인정에 따른 수출증대보다 개성공단의 국제적 지위 획득과 개성산의 수입품의 대체 효과에 더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5) (▶관련자료 바로가기) 만일 그렇게 판단했다면 정부는 개성산 제품의 수출이 가져올 복합적인 효과를 간과한 근시안적인 사고를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ASEAN FTA에서는 개성공단이 본격 개발되기 이전이라 실제 개성의 생산품과 FTA 지정품목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표2] 한국의 FTA 상대별 개성공단 관련 원산지 규정 비교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한중 FTA 협상 타결 뒤 무엇보다도 개성공단 조항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의사를 반영해 310개 품목을 역외가공 허용품목으로 지정한 것을 위시해 여러모로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어 적잖은 기대감을 품게 했다. 그러나 한중 FTA에서 지정된 310개 품목 중 즉시 철폐비중은 13.5%에 불과하며 60.3%에 달하는 187개 품목이 10년 내 철폐이며 11.9%(37개)도 15년 내 철폐로, 장기적으로는 어떨지 모르나 발효 즉시 활용 가능하다는 정부 주장은 무색해진다. 단, 한국이 개성공단으로 반출한 중간재를 재반입하여 완성한 뒤 중국에 수출할 경우 개성공단 내 투입 재료비의 총가치가 한국으로 반입된 최종상품의 수출가(FOB 기준)의 40% 이하이거나, 한국에서 수출된 원산지 재료가치가 임가공에 사용된 총가치의 60% 이상이 되면 한국산 원산품으로 간주한다. 즉 여타 13건의 FTA에서는 ‘비원산지 투입가치(비원산지재료비+임가공비+해외운송비)’를 기준으로 하는 반면 한중 FTA에서는 여기에서 임가공비가 제외된 ‘비원산지 재료가치’를 기준으로 하여 북측 노동자의 임금상승 시 비원산지 투입가치 상승의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한중 FTA에서는 개성공단 전역이 아니라 1단계 100만평만 역외가공지역으로 지정하였으나 추후 역외가공위원회를 구성하여 추가 지정 및 확대 논의의 법적 근거를 만들어 두었다.

미국의 선례를 이어 EU,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와의 FTA에서 채택한 위원회 방식은 사실상 역외가공지역 인정을 받지 못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6) 특히 이들 고소득 국가에서는 개성산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갖는 나라들이나 이 방식으로 인해 어떠한 진전도 없었다. 한미 FTA에서는 이 조항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한반도 비핵화 진전,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역외가공지역의 일반적인 환경기준, 노동 기준과 관행, 임금과 영업 및 경영 관행 등 여러 단서 조항을 내걸고 있어 북미 관계가 풀리지 않는 한 기대난망이다. 이런 연유로 미국 의회조사국(CRS, 2011)은 한미 FTA를 통해 개성산 제품이 미국으로 수입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야심 찬 정책실험의 좌초 원인

이상과 같은 협정문상의 문제점으로 인해 한국의 FTA 네트워크를 활용한 개성공단산 제품의 수출은 사실상 좌초위기에 처했다 그 위기의 이면에는 위와 같은 협정문 자체의 맹점, 제도 운용상의 문제점, 동 제도와 직접적으로 무관한 경제외적 요인의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자리하고 있으나 필자는 이 중 첫 번째 즉 애초 제도설계상의 맹점이 핵심이라고 본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한 둘째, 셋째 장애물이 사라져도 개성공단 역외가공규정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응한다며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한 다음날 밤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가 북한의 개성공단 인원 전원 철수 방침을 통보 받은 뒤 폐쇄됐던 남북출입사무소로 북쪽에 남아있던 관계자들의 차량들이 입경하고 있다. 남북출입사무소/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대응한다며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한 다음날 밤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가 북한의 개성공단 인원 전원 철수 방침을 통보 받은 뒤 폐쇄됐던 남북출입사무소로 북쪽에 남아있던 관계자들의 차량들이 입경하고 있다. 남북출입사무소/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그렇다면 정부는 과연 이를 몰랐을까? 14건의 FTA마다 편차는 있되 결과적으로 이를 활용한 수출이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보다 근본적인 한계를 찾아야 한다. 필자는 무엇보다도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집권 기간 내내 남북 간 긴장 고조로 개성공단이 사실상 형해화되었던 터라 협상팀이 일관된 정책목표와 전략하에 정책역량을 쏟아내기보다 다분히 관성적, 파편적으로 개별 FTA 협상에 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필자가 2회에 걸쳐 전화 인터뷰한 입주기업의 한 CEO는 정부의 개성공단 관련 조항 관철 의지가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설령 협상 단계에서 관철 의지가 아주 강했어도 협상이란 모름지기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보니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어내기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필자가 수차례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했던 정부 측 FTA 협상 참가자는 이 점을 강조하였다.

개성공단의 주력생산품인 섬유의류제품은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에서도 민감품목이라 어느 상대국이든 쉽사리 이를 허용해주기 어려워 상대 여하에 따라 수세와 공세를 오가게 된다. 그러면서 애초 목표도 변형된다. 예컨대, ASEAN과의 FTA에서는 개성산 제품의 수출증대를 위해 공세를 취했으나 EFTA와의 협상에서는 오히려 EFTA 측 역외가공지역으로부터의 수입 급증을 우려해 수세로 돌아선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애초 정부는 개성공단과 관련하여 협상 목표로 무엇을 설정했든 결과적으로 테이블에서 만난 상대 여하에 따라 유의미한 상업성보다는 상징성이 더 도드라지게 되었다. 따라서 만일 북핵 문제가 극적으로 해소되고 북미 관계 및 남북관계가 해빙 모드로 전환되더라도 지금 이대로는 FTA의 관련 조항이 개성공단산 제품의 상업적으로 유의미한 수출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95%가 여전히 재가동을 희망하고 있고 공단 내 설비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것만이 재가동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냉정하게 보다 큰 그림 속에서 재개 여부 및 FTA와 연계한 야심 찬 정책실험의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야 한다. 이에 기반해 새롭게 개정협상의 목표와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단 어떤 경우든 협상이란 상대가 있는 게임이므로 내줘야 하는 반대급부가 뒤따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당분간 북핵 문제가 쉽사리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 조항 개정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에 대한 전략적이고 유연한 판단도 긴요하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개성공단기업형의회, 남북경협기업 주최로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 상생의 남북경협을 위한 서울시민 한마당' 행사가 21일 오후 한 시민이 개성공단 재개를 소망하는 포스트잇을 게시판에 붙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개성공단기업형의회, 남북경협기업 주최로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7 상생의 남북경협을 위한 서울시민 한마당' 행사가 21일 오후 한 시민이 개성공단 재개를 소망하는 포스트잇을 게시판에 붙이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만일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면 산업부, 외교부, 통일부 등이 유기적으로 역할 분담하고 필요하면 국방부도 가세해야 한다. 이러한 복합업무를 총괄 조정하는 역할이 신설하는 통상비서관이 맡아야 할 업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원대하고 독특한 복합 정책실험의 지휘자로서 통상비서관 역할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필자는 통상비서관보다는 통상조정비서관이라는 명칭이 그 자리에 더 적합하다고 본다. 그 자리의 핵심 역할은 통상협상 지휘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외 경제 및 외교안보를 넓은 시야에 두고 통상 문제를 조율하고 조정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러한 역할에 걸맞은 지위는 비서관이 아니라 수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는 레토릭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나 대외의존도가 높아 통상의 역할은 언제든 한국경제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단, 그 통상은 이제 경제영토 확장에만 그칠 게 아니라 국내경제와 긴밀히 연계되어 상호 선순환되어야 한다. 고용에 이롭고 부가가치 창출에 도움되는 통상정책이어야 한다. 그리고 외교안보정책과도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각 FTA별로 개정협상을 개시하더라도 여전히 남는 문제가 북한의 지경학적 특성이다. 저임금국에서는 낮은 구매력과 보호주의로 인해 개성공단 조항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미국이나 EU와 같은 고임금국에서는 개성산 제품에 대한 구매력이 큰 반면 여전히 보호주의를 넘어서기 힘드나 그나마 가능성이 큰 곳은 후자다. 북한의 10대 교역국 중 중국, 인도, 타이, 싱가포르, 독일의 5개국이 남측과 FTA를 체결한 나라다. 따라서 중단기적으로 싱가포르, 독일과의 FTA에서 섬유의류를 중심으로 동 조항의 활용을 시도해 봄 직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개성산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다변화가 불가피하다. 만약 개성공단이 영구폐쇄된다면, 지금까지 개성공단의 역외가공지역 지정을 위해 들여온 노력은 무위로 돌아가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제2, 제3의 개성공단은 언젠가는 조성될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에서의 반추가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참고자료
1) UN에 동시가입한 별도의 관세영역인 북한의 제조품이 한국에 무관세 반입이 가능한 점은 원칙적으로 WTO 회원국 간에 동등한 대우를 부여해야 하는‘최혜국대우(MFN)’원칙에 위배된다. 그러나 우리는 “남북기본합의서(1992. 2. 발효) 부속합의서” 1조 10항”에서 상호간에 이를 인정하고 우리 헌법의 영토규정 3조와 “세계무역기구협정의 이행에 관한 특별법(1995. 1. 발효)”,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24조 등의 국내법과 “UN헌장”(민족자결권 규정, 제2조 7항) 등의 국제법을 근거로 남북교역이 여타 교역과 근본적으로 다른 민족내부거래이므로 남북무관세교역이 MFN 위배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이일영·김양희·구갑우, 2014).
2) 한-싱가포르 FTA 협정문 제4.4조(역외가공) 및 부속서 4C
3) 한-EFTA FTA 2.2조, 부속서 I 3절 13조 및 부록 4(영역원칙의 면제)
4)한-ASEAN FTA 상품무역협정 5조(원산지 규정) 및 부속서 3(원산지 규정)의 6조(특정상품의 취급), 교환각서(2006년 8월 24일자), ‘개성공단 관련 대상품목 목록’, 한-인도 FTA 협정문 3장(원산지규정), 부록 3-나-1(영역 원칙의 예외의 적용대상이 되는 품목표) 및 교환각서(재료의 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에 관한 협의), 교환각서(개성공업단지), 교환각서에 첨부된 개성공업단지 지도, 한-페루 FTA 협정문 3장(원산지규정) 15조(영역 원칙), 부속서 3-나(영역원칙의 예외)
5) 이에 대하여 정부는 FTA 공식 사이트를 통해 “ASEAN국가의 주력 품목이 개성공단 생산제품과 경합관계에 있다는 점과 향후 추진할 FTA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한국의 원칙을 설득력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자평한다.
6) 한미 FTA 22장(제도 규정 및 분쟁해결) 부속서 22-나(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 한-EU FTA 원산지 제품의 정의 및 행정협력의 방법에 관한 의정서 3부(영역 요건) 12조(영역 원칙), 부속서 4(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 한-호주 FTA 3.13조(한반도 역외가공지역), 부속서 3-나(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 한-캐나다 FTA 3.15조(영역 원칙), 20장(제도 규정 및 행정), 부속서 20-나(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 한-뉴질랜드 FTA 3장 부속서 3-나(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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