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 중 '지방분권'과 '경제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2일 발표된 개헌안에는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해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예산이 법률과 동일한 심사 절차를 거치게 되기 때문에 국회의 통제가 강화되는 한편, 행정부의 예산 집행 책임은 더 무거워지게 된다. 하지만 당초 알려졌던 것처럼 국회의 예산 증액 편성 권한이 강화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예산법률주의는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국회가 법안 심사와 마찬가지 형태로 심의하도록 하는 제도다. 미국의 경우, 의회에서 지출승인법을 해마다 의결한다. 현재는 헌법에서 예산과 법률을 따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예산법률주의가 도입되면 숫자로 이뤄진 통계표 형태의 예산이 법조문 형식으로 바뀐다. 지출 규정을 상세하게 글로 서술하는 과정이 더해져 예산 편성과 지출에 대한 국회의 통제가 좀 더 용이해질 수 있다. 종전에는 이런 규정이 부대의견 형태로 예산에 첨부돼 구속력이 약했다. 또 국회가 의결한 예산을 정부가 따르지 않았을 때도 현재는 법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모호하지만 예산법률주의가 도입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국회 예산 심의 기간도 늘어난다. 헌법상 새 회계연도 90일 전까지 제출하게 돼 있던 데서 120일 전까지로 늘어난다. 다만 2012년 국회법 개정으로 예산안은 현재도 새 회계연도 120일 전에 제출되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산법률주의가 행정부의 예산 집행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려면 현재 특별위원회 형태인 예산결산위원회를 상시화해 전문성을 가지고 통제를 이어갈 수 있도록 후속 법률개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심을 모아온 정부의 증액동의권은 유지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앞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는 정부의 증액동의권을 폐지하고, 국회가 제출한 예산법에 대한 대통령의 부분 거부권은 인정하지 않는 내용의 개헌 자문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삭감하는 것만 자유로웠던 기존 국회의 예산 편성 권한이 대폭 확대되는 반면에 정부는 국회가 의결한 예산법을 거부할 수 없어지는 만큼 사실상 국회가 예산 편성 권한을 쥘 것으로 관측돼 왔다. 이에 대해선 국회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 등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돼 왔다.
이와 함께 이날 개헌안에는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의 법률안 제출 권한을 일부 축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가 법률안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국회가 체결·비준에 동의권을 갖는 조약의 범주를 넓히기 위해 기존 주권 제약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등에 더해 ‘법률로 정하는 조약’을 추가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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